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 전에 주한미군을 감축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대선용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시도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압력을 가하는 것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하는 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과 방위비 인상 압력이 계속될 수 있다며 한국 정부에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국민일보는 9일(현지시간)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CNA) 국장,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등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 3명과 이메일 인터뷰를 갖고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 9500명 감축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다른 동맹국 주둔 미군도 감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한·미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여기에 불만을 품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로 한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전문가들도 동맹에 대해 거래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에 대해 과도한 인상 압력을 중단하고, 적정 규모의 인상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소속으로 미 중앙정보국(CIA)의 한반도분석관 출신인 클링너 선임연구원이 한국 편을 들며 강도 높게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현재의 미국 외교안보 정책은 근시안적이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전통적 미국 외교안보 전략과도 배치된다”면서 “해외 주둔 미군을 가지고 이익을 남기려는 것은 군복을 입은 용감한 미국의 아들·딸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유럽 주둔 미군을 늘리거나 현재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미국 의회는 유럽에서 미군을 빼내려는 그 어떠한 시도도 막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되는 유럽·아시아 등 해외 주둔 미군이 단지 동맹국에만 혜택을 준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수십 년 동안 동맹국과 해외 주둔 미군을 폄하해 왔다”며 “그는 2016년 대선 당시에도 한국이 주둔 비용의 100%를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가우스 CNA 국장은 주한미군 감축 우려와 관련해 “모든 것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향후 한·미 관계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주한미군이 감축되느냐 안 되느냐’는 것은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 사항”이라고 말했다.
가우스 국장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나는 한국이 이미 매우 합리적인 분담금을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을 변수로 들면서 “한·미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한국 정부는 지금 제안한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에는 미국이 계속 한국 등 동맹국에 방위비 인상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에서 주독미군 9500명을 감축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미국 대선이 실시될 11월 이전에 한국에서 완전 철수는 아니지만 주한미군을 감축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걸면서 동맹국들에 불평등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비판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아들(군인)을 집으로’라는 대선 슬로건을 외치며 해외 주둔 미군을 미국으로 돌아오게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과 관련해서는 “1년 단위로 맺어지는 게 엄청난 실수”라며 개정을 촉구했다. 그는 “1년 단위로 방위비 협상을 하다 보니 협상이 끝도 없이 길어지고, 한·미 양측의 불만과 긴장이 고조된다”면서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효력 기간을 5년 기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또 “북한이 모든 남북 연락 채널을 끊는 것은 한반도에 안보 위협을 고조시키는 행위”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미가 방위비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불행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