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어 동사 ‘스플랑크니조마이’는 우리말 신약성경에 ‘불쌍히 여기다’로 번역됐습니다. 스플랑크나(내장, 애타는 마음, 사랑)에서 유래했는데요. 심장 폐 간 같은 신체 부위를 뜻하면서 속에 있는 감정을 뜻합니다. 스플랑크니조마이는 문자 그대로 몸속 장기로 느껴 가여워한다는 뜻으로, 마태 마가 누가복음에만 있는 단어입니다.
예수께서 큰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겨(마 14:14)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모두 배불리 먹게 하셨습니다. 눈먼 사람 둘을 불쌍히 여겨(마 20:34) 그들이 다시 보게 하셨습니다. 나병 환자를 불쌍히 여기시고(막 1:41) 깨끗하게 해주셨습니다. 다시 돌아온 탕자를 아버지가 멀리서 보고 측은히 여겨(눅 15:20) 달려가 반겼습니다.
영어 성경은 스플랑크니조마이를 ‘해브 컴패션’(have compassion·동정심을 갖다)으로 번역했습니다. 컴패션은 라틴어 쿰(~와 함께)을 파티(시달리다 고통받다)에 붙인 단어에서 유래했습니다.
“예수께서는 모든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유대 사람의 여러 회당에서 가르치며,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며, 온갖 질병과 온갖 아픔을 고쳐 주셨다.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셨다. 그들은 마치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에 지쳐서 기운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마 9:35~36, 새번역) 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불러 세상에 보내신 이유입니다.
박여라 영문에디터 ya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