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녀 체벌 금지’ 민법 개정 추진 환영한다

입력 2020-06-11 04:01
법무부가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체벌 금지를 법제화하는 방향으로 민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를 막을 법적 근거를 강화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바람직하고 환영할 만한 움직임이다. 민법 제915조(징계권)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모(친권자)의 징계권은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하기 위해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한 방법과 정도에 의한 징계를 의미한다. 신체적 고통을 주는 체벌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게 통설이다. 하지만 민법 조항을 들어 자녀 체벌을 용인해 온 흐름이 있는 게 현실이다. 아동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면 아동복지법에 따라 처벌받지만 부모가 체벌했을 경우에는 처벌이 감경되는 게 다반사였다. 민법의 징계권 조항이 ‘면죄부’의 근거가 됐음은 물론이다.

부모의 훈육 방식에까지 국가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 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훈육은 핑계일 뿐 걸핏하면 손찌검을 하고 분풀이 대상으로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9세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장시간 가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40대 여성이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9세 의붓딸의 손가락을 프라이팬에 지져 화상을 입힌 30대 남성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보건복지부의 2018 아동학대 통계를 보면 가해자의 77%가 부모였고 발생 장소의 79%가 집이었다. 체벌과 학대는 습관화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라는 이유로 약자 중에 약자인 아동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민법에서 친권자의 징계권을 삭제하는 것은 아동 학대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상징적이고도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민법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해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동 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다른 대책들도 강구해야 한다. 아동 학대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관련 예산과 인력을 늘려야 한다. 아동 학대가 발생하면 아동을 부모로부터 분리시켜 일정 기간 긴급보호해야 하는데도 10건 중 8건은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피해 아동을 보호할 쉼터가 태부족이고 위탁가정 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공공성과 전문성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상습적 가해 부모에 대한 친권 제한 및 상실 제도의 실효성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