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해외유입 차단을 위해 마련된 입국자 임시생활시설이 부족해질 위기에 처했다.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난항을 겪는 곳들이 있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자칫 입국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지역사회로 감염이 전파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 단기체류 외국인의 임시생활시설로 사용되고 있는 그랜드하얏트 인천이스트호텔도 초기에 주민 반대가 심했다. 국내 거처가 없는 단기체류 외국인은 이곳에서 14일간 격리생활을 하게 된다. 외부인 접촉이나 바깥 외출은 통제되고 퇴소 전 진담검사 결과 음성인 경우에만 격리 해제된다.
지난 4일 오전 그랜드하얏트 인천이스트호텔에서 만난 박상표 정부합동지원단장은 “임시생활시설은 격리자들이 객실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올 수 없고 각종 지원인력이 24시간 관리하고 있다”며 “숨은 감염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지역사회 다중이용시설이나 지하철, 버스보다도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호텔 입구는 경찰 인력이 지키고 있었다. 내부에서 모든 동선은 분리됐다. 호텔 로비는 입·퇴소 절차를 위한 용도로만 사용되도록 출입금지 테이프가 둘러져 있었다. 확진자 발생에 대비해 동선을 완전히 분리한 엘리베이터와 출구도 따로 있었다. 입소자들은 객실을 벗어나면 안 된다. 무단이탈 시 강제출국될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하면 모두 격리수칙을 잘 따른다고 한다. 이곳 입소자 452명을 관리하는 정부합동지원단 인원만 57명이었다. 지원단은 객실·식사 만족도 관리와 시설·폐기물 관리, 보안유지, 입소자 건강관리, 입·퇴소자 이송 등을 수행하고 있다.
10일 현재 단기체류 외국인 임시생활시설로 운영되는 곳은 전국 6곳, 2093객실이다. 최근 중국과 신속통로 개설, 계절근로자 입국 증가 등으로 입소자가 증가하면서 시설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하루 평균 입소자 수는 4월 13일 비자제한조치 강화 이후 88.3명으로 줄었다가 5월 121명, 이달 8일까지 182.4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투숙객이 급감한 민간호텔을 임시생활시설로 지정하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하얏트호텔도 개소할 때 인근 어린이집 학부모의 반대가 심했다. 박상표 단장은 “주민들에게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설명해도 불안감 등 정서적인 부분은 해결이 잘 안 됐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당초 이달 중 강원도 평창군 소재 더 화이트호텔도 개소할 예정이었지만 주민 반발로 결국 유보됐다. 지난 4일 임시생활시설로 문을 연 인천 영종도 로얄엠포리움호텔은 3차 주민 설명회까지 열고 겨우 개소했다.
이러한 반대의 기저에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공포감이 자리하고 있다. 주민들은 입소자가 시설을 무단이탈할 경우 지역사회 방역이 뚫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평창의 경우 인근 펜션업자들이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예약률이 떨어질까봐 반대하는 영향도 컸다.
주철 중수본 임시검사시설지원팀장은 “3월 22일부터 1만2000여명의 단기체류 외국인들이 입소했는데 단 한 건의 이탈사례도 없었다”며 “임시생활시설이 추가로 확보되지 않으면 해외입국자에 의한 국내 감염병 확산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시생활시설 입소자 대부분은 음성에 무증상”이라며 “국민들에게 이 시설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많이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글·사진 최예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