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얼마나 안 씻고 살 수 있을까.
미국의 한 연구진은 1966년 20대 남성 36명을 상대로 실험을 했다. 청년들을 4명씩 나눠 비좁은 공간에 살게 했는데, 청년들에겐 샤워가 금지됐고 비누나 수건도 제공되지 않았다. 치약이나 속옷도 없었다. 시간이 흐르자 청년들 몸에선 악취가 났다. 겨드랑이나 음부, 발에서 나는 냄새가 특히 고약했다. 청년들은 저마다 불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엄청난 ‘사고’가 발생하진 않았다. 연구진은 실험을 끝낸 뒤 이런 결과를 내놓았다. “5주나 6주 동안 바디 케어와 옷 갈아입기를 완전히 포기해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청결은 건강을 지키는 유일한 방패처럼 여겨지는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저런 실험은 많은 독자의 눈길을 끌 만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중에는 박테리아를 99.9% 박멸한다는 손소독제가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탈취제나 세제 등도 마찬가지다. 모든 박테리아를 없애준다는 선전 문구를 내거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데 이들 제품은 인간에게 이롭기만 할까. 독일의 저널리스트인 한네 튀겔(67)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는 과도한 향균 물질 사용이 이로운 박테리아까지 없앨 수 있고, 그래서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안전한 위생 수준을 지키는 데엔 비누 하나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공포나 무관심 대신 우리는 위생과 건강의 연관성을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오물이 왜 위험한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된 청결 이해가 어째서 건강에 아주 해로울 수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
쉽게 말하면 “우리는 좀 더 더러워질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런 제안을 내놓는 건 청결해야 한다는 인간의 강박 탓에 세상이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어서다. 몸과 옷과 집을 깨끗이 하기 위해 쓰고 버리는 화학물질과 미세 플라스틱은 지구촌의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저자는 “인류가 만들어낸 ‘쓰고 버리는 문화’에서 생산된 상품은 소비된 뒤에 ‘쓰레기’의 형태로 우리에게 복수한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삶은 어떻게 가능할까. 책에 담긴 모든 내용을 옮길 순 없으니 저자가 ‘집 청소를 위한 십계명’으로 소개한 내용 몇 개만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물기를 없애라.” “이불, 베개, 침대 시트 등은 정기적으로 밖에서 털어라.” “극세사 천을 사용하라.” “변기 세정볼, 방향제, 스프레이 탈취제를 버려라.”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