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방에 갇혀버린 짐승 같은 삶[이슈&탐사]

입력 2020-06-11 00:20 수정 2020-06-11 00:20

‘신○○. 남. 39세. 잔존 시력과 잔존 청력 없음. 수급자. 무연고자. 의사소통은 손짓, 몸짓으로 함.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는 바지를 내림. 1991년부터 거주 시설에 있음.’ (경기도 시청각장애인 지원체계 구축방안 연구 보고서 중)

신씨는 국민일보 취재팀이 만난 ‘데프블라인드’(Deaf-Blind) 26명 명단에 없는 사람이다. 취재팀은 지난달 경기도 여주 시각중복장애인 복지시설인 라파엘의집을 찾아 시청각장애인 4명을 만났다. 보름쯤 뒤 라파엘의집이 공개하지 않은 시청각장애인이 6명 더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신씨는 그중 한 명이다. 이곳 관계자는 “6명은 장애 정도가 심각해 방 안에만 있다시피 한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자해나 발작 같은 돌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의회의 정책용역으로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이 조사한 신씨의 기록에는 ‘조산으로 시청각장애가 발생했다’고 쓰여 있다. 그는 1981년 즈음 태어나 얼마 동안은 집에서 길러졌을 것이다. 1991년부터 시설에 있었다니 열 살 전후 부모가 양육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슈&탐사2팀 권기석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