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에서 낙서가 자란다
속을 긁을 수 없는 뼈들이
두고 간 너의 우산처럼
곁에 기대어 선다, 아픔은
더 어울릴 곳이 없어서
함께 실족할 수도 있는 것
내가 부러진
그 위로 넘어지던 것을
우리는 관계, 라고 불렀다
네가 나를 부축할 때
아무것도
짚고 설 것이 없을 때
비가 올 것 같아
늘 잘못 찾아오는
인력 밖의 계단이
모든 단단하던 낮을 떠민다
류성훈의 ‘보이저 1호에게’ 중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때론 뼈가 부러지는 것 같은 통증을 남기곤 한다. 시인은 “내가 부러진 그 위로 넘어지던 것”이 당신과 나 사이의 “관계”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 그러니까 인력(引力)의 자장 밖에 있는 계단이 자신을 찾아오곤 한다고 적어놓았다. 그만큼 이별은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거다. 저 시가 실린 시집 제목은 ‘보이저 1호에게’다. 보이저 1호는 1977년 발사된 우주 탐사선으로, 인간이 만든 물건 가운데 현재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헤어진 연인을 향해 안부를 묻는 일은 보이저 1호에 띄우는 편지만큼이나 덧없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