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불로 전소됐던 강원도 고성 설악산교회(유광신 목사)에 지난 8일 찬양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이날 이곳에선 지역주민과 교회 관계자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설악산교회와 설악산선교수양관(이경석 목사) 입당예배가 드려졌다(사진).
예배에 참석한 한 80대 집사는 태어나고 자란 곳에 다시 교회가 세워지고 찬송 소리가 퍼지니 너무나 감격스럽다고 했다.
1년 전만 해도 이곳엔 찬양 소리 대신 검은 잿더미와 절망만 가득했다. 지난해 4월 4일 저녁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이 2층 규모의 교회와 수양관 숙소 모두를 불태워 버렸기 때문이다. 유광신 이경석 목사 등 은퇴를 앞둔 총신대 신학과 동기생 4명이 2013년 지역 복음화와 북한 선교의 꿈을 품고 지은 교회와 수양관이었다. 갑자기 불어닥친 화마는 은퇴를 앞둔 이들의 마지막 사명을 위협했다.
유 목사와 이 목사 등은 굴하지 않고 교회 재건을 준비했다. 소식을 접한 한국교회와 성도들도 기도와 후원을 통해 마음을 모았다. 한국해비타트 측에선 이동식 목조주택을 지원하며 임시 거처를 마련해줬다. 지난 2월부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예장합신 측의 지원을 토대로 교회와 수양관 재건이 시작됐다. 벽돌을 한 장씩 쌓아 나간 지 4개월여 만에 예배당 99.17㎡(약 30평) 숙소 264.46㎡(약 80평) 규모의 단층 건물이 완공됐다.
원용식(성일교회) 목사는 8일 입당예배 설교에서 “바알과 이세벨의 핍박을 피해 도망자 신세가 된 엘리야에게 하나님께서는 로뎀나무 아래에서 한없는 위로와 새 힘을 주셨다”면서 “설악산교회와 설악산선교수양관도 지친 영혼들의 로뎀나무가 돼 쉼을 주고, 위로와 새 힘을 주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9일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미용선교를 하는 등 동네 경로당을 자주 찾아 화재로 상심한 지역주민들의 상처를 위로하는 사역에 집중하고자 한다”면서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수양관을 선교사들의 쉼터로 제공하고, 북한이탈주민 초청 세미나와 기도회도 여는 등 지역 복음화와 북한 선교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