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연패의 수렁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파격을 택했지만 기적은 찾아오지 않았다. 프로야구 최하위 한화 이글스가 감독부터 주전 선수까지 대거 교체하고 새롭게 출발한 9일 팀 역사상 최다인 15연패를 당했다. 이제 한 번의 패배마다 연패의 신기록이 된다. 앞으로 3경기 안에 흐름을 바꾸지 못하면 프로야구 38년사에서 최다로 기록된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18연패에 도달한다.
한화는 이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가진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 원정 1차전을 3대 9로 완패했다. 한화의 연패는 NC 다이노스에 0대 3으로 패배한 지난달 23일 경남 창원 NC파크에서 시작돼 15경기째다. 2012년 10월 3일 리그 최종전 패배부터 2013년 개막 13연패까지 두 시즌에 걸쳐 남겼던 타이기록(14경기)을 경신해 팀 통산 최다 연패 기록을 썼다. 올 시즌 10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승리를 한 자릿수서 늘리지 못한 한화의 중간 전적은 7승 24패(승률 0.226)다. 연패를 끊지 못하면 최하위 탈출은 불가능하다.
한화는 앞서 14연패를 당했던 지난 7일 한용덕 당시 감독의 자진사퇴로 최원호 퓨처스(2군) 감독에게 1군 지휘권을 맡기고 임시감독 체제로 전환했다. 최 감독대행은 이날 첫 라인업부터 파격을 단행했다. 1번 타자로 이용규를 세운 뒤 퓨처스팀에서 부른 박정현과 최인호를 2~3번 타순에 넣었다. 하위 타선에 있던 노시환은 4번 타자로 올라섰다. 그 뒤로 우익수 제러드 호잉, 1루수 김태균, 좌익수 이동훈, 포수 박상언, 유격수 조한민 순으로 타선이 완성됐다.
테이블세터의 마지막인 박정현과 중심타선의 시작인 최인호는 올해 한화로 입단한 신인으로 1군 경험이 없다. 7~9번에서 하위 타순을 구성한 이동훈·박상언·조한민도 올 시즌 한화 1군에서 10경기도 채 되지 않게 출전했거나 출장 이력을 남기지 못했다. 최 감독대행은 새로운 선수단을 구성해 분위기 쇄신을 계획했다. 하지만 부족한 경험은 롯데에 빈틈을 드러내고 말았다.
롯데는 득점 없이 맞선 4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 안치홍을 시작으로 딕슨 마차도까지 타자 5명이 연속 안타를 터뜨려 4점을 뽑고 달아났다. 기세를 잡은 롯데는 5회말 1사 2루에서 이대호의 좌월 투런 홈런과 이어진 2사 2루 때 마차도의 적시타로 7-0까지 점수를 벌려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지난달 5일 개막전에서 완봉승을 챙겼던 한화 선발 워윅 서폴드는 타선과 야수의 지원을 받지 못한 이날 5이닝 동안 13피안타(1피홈런) 7실점하고 무너졌다. 서폴드는 4패(2승)째를 떠았다.
서폴드에게서 마운드를 물려받은 한화 불펜도 흔들렸다. 롯데 2번 타자 전준우는 6회말 1사 1루에서 우전 적시타로 주자 손아섭을 홈으로 불러 추가점을 뽑았다. 한화는 7회초 호잉의 솔로 홈런과 이어진 2사 만루 때 박정현과 교체 투입된 대타 정은원의 2타점 적시타로 3점을 만회했지만, 더 이상의 득점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되레 8회말 1사 2루 때 손아섭에게 적시타를 얻어맞고 추격할 의지마저 상실했다. 롯데 선발투수 아드리안 샘슨은 6⅔이닝 동안 9피안타(1피홈런) 3실점하고 시즌 첫 승(2패)을 수확했다.
한편,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은 이날 대구 홈경기에서 2442일 만에 KBO리그로 복귀했다. 키움 히어로즈에 3-4로 뒤처진 8회초에 등판해 1이닝을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았다. 오승환은 지난해 8월 삼성과 연봉 6억원에 계약하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과거 해외 원정도박에 따른 벌금형을 선고받아 한국야구위원회(KBO)의 72경기 출전정지 조치를 이행한 이날 삼성 1군으로 등록해 마운드를 밟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