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코로나가 수상하다… 봉쇄 완화에 지구촌 재확산 현실로

입력 2020-06-10 00:21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 그랜드센트럴역에 도착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8일(현지시간) 역사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일회용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다. 뉴욕시는 이날 총 4단계의 경제 재가동 계획 중 1단계를 발동하고 봉쇄 78일 만에 도시를 개방했다. UPI연합뉴스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서둘러 완화한 나라에서 신규 감염자가 다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경제 활동 재개 한 달 만에 절반에 가까운 22개주에서 확진자가 증가했고 올여름까지 사망자가 14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오는 8월까지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14만5728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IHME는 미 정부가 지난 4월 말 연방 차원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하고 경제 정상화 여부를 주정부 자율에 맡기자 사망자 예측치를 기존 7만2433명에서 13만7148명으로 배 가까이 상향 조정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다시 8000명 이상 높여 잡은 것이다.

이는 미국 대다수 지역이 봉쇄령을 완화하면서 사회적 접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5일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사망한 이후 미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도 감염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CNN방송은 존스홉킨스대 자료를 인용해 50개주 가운데 22곳에서 코로나19 발병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곳은 플로리다주였다. 지난주 플로리다의 확진자는 전주 대비 46%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20개주는 신규 환자가 감소 추세를 보였고, 8개주는 큰 변화가 없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뉴욕주는 이날 78일 만에 경제 정상화 1단계에 들어갔다. 건설과 제조업, 도소매업 등이 부분적으로 재개되면서 최대 40만명이 일터로 복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뉴욕의 경제 재개가 희망의 여정이 될지 재확산의 계기가 될지는 불분명하다.

지난달 봉쇄 조치를 완화한 인도에서도 확진자가 다시 치솟고 있다. 인도 보건가족복지부는 9일 코로나19 확진자가 26만6598명으로 전날보다 9987명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3000명 수준이던 하루 확진자가 한 달 만에 3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7일 하루 동안 세계에서 13만6000건의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일일 기준 최고치다. 신규 감염의 75%는 10개국에서 보고됐고, 대부분 미국과 인도가 포함된 남아시아에서 나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화상 브리핑에서 “지금은 어느 나라도 페달에서 발을 뗄 때가 아니다”며 코로나19 억제 노력을 지속해 달라고 촉구했다.

자택대기나 영업중단 등 봉쇄 조치가 경제에는 막대한 타격을 주지만 전염병 확산을 막는 데는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미 UC버클리 연구팀은 한국, 중국, 이탈리아, 미국, 이란, 프랑스 6개국의 코로나19 억제책을 분석한 결과 봉쇄 조치를 통해 약 5억3000만명이 감염을 피했다고 밝혔다. 한국만 놓고 보면 전 국민의 70%에 해당하는 약 3800만명이 봉쇄 조치 덕을 본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실렸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런던 연구팀도 유럽 11개국이 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지난달 초까지 실제 사망자(13만여명)보다 25배 많은 320만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권지혜 이형민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