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도입도 안 했는데 벌써 나라곳간 텅텅

입력 2020-06-10 04:05
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이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비상 재정관리점검회의’에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국회 심의를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정건전성에 대한 ‘경고등’이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정부의 올해 1~4월 재정 적자 규모는 56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과거 연간 재정 적자 규모와 비교해도 최대 규모다.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데 써야 할 돈이 늘어나다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그나마 2·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지출했거나 지출할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여기에 2차 재난지원금이나 기본소득 논의까지 현실화되면 정부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1~4월 누적 관리재정수지가 56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1~4월 기준뿐만 아니라 연간으로 봐도 적자 규모는 가장 크다. 2000년대 들어 가장 큰 적자를 낸 지난해(54조4000억원)나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을 겪은 2009년(43조3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뒤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계산한다. 정부 예산의 실제 적자 규모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의 지표로 읽힌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2차 추경으로 지출한 12조2000억원은 반영되지 않았다. 예산 집행이 지난 5월부터 진행됐기 때문이다. 국회에 제출한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안 역시 마찬가지다. 향후 추경 지출액이 총지출에 반영되면 관리재정수지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12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수입이 늘어난다면 관리재정수지 악화를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사정이 녹록지 않다. 1~4월 국세수입은 100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조7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기업 영업실적 저하로 법인세수가 줄었고,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부가가치세 등 세금 납부 기한을 연장한 영향이 나타났다. 경기침체 상황을 반영하면 수입 감소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총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11조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평가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