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청 ‘학생 재난지원금’에 대권주자 원희룡 ‘난감’

입력 2020-06-10 04:07 수정 2020-06-10 04:07

제주도교육청이 쏘아 올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학생 재난지원금’이 원희룡(사진) 제주지사에게 불똥이 튀었다. 제주도 내 모든 초·중·고생들에게 1인당 30만원씩 주겠다는 도교육청 방침에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줘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그 책임이 제주도로 전가됐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의 학생재난지원금은 지급성격이 정부나 각 지방자치단체의 그것과 매우 상이하다. 후자(後者)가 지역상권과 영세 자영업자,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성격이라면, 전자(前者)는 모든 미성년 학생에게 특정목적 없이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이로 인해 원 지사는 설상가상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경기지사발(發) ‘보편적 재난지원금’에 부정적 입장을 취해 왔던 그가 이제는 도내 학교 밖 미성년 전체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느냐 하는 논쟁에까지 휘말리게 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창권 제주도의원은 ‘제주도 학교 박 청소년 교육·복지 지원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9일 밝혔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도내 모든 초·중·고 재학생에게 학생재난지원금이 지급되는 것과 보조를 맞춰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같은 금액을 지급하자는 취지다. 개정안에 공동발의 서명을 한 도의원은 전체 43명 중 16명이나 됐다. 송 의원은 15~25일 열리는 도의회 정례회에서 이 조례 개정안을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코로나19 등 국가재난 발생 시 도지사가 지급주체가 돼 모든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교육감의 권한은 초·중등교육법상 각급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만 미칠 뿐, 학교 밖 청소년은 포함되지 않는다.

개정안에는 코로나19 사태에 국한되지 않고 앞으로 국가재난 발생 시 학교 밖 청소년들은 무조건 재난지원금을 받도록 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제주도는 도의회의 움직임에 대해 매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학생재난지원금이 제주도교육청이 자체 판단에 따라 자체 예산으로 지출하는 것인데, 그로부터 촉발된 학교 밖 청소년 재난지원금을 도정이 떠안게 돼서다.

안 그래도 원 지사와 제주도는 오는 7월 제주도가 자체 지원하는 2차 재난긴급생활지원금 지급을 앞두고 도의회로부터 ‘전 도민 지급’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참에 갑작스레 ‘모든 청소년’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까지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그동안 원 지사는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겠다’는 보편성을 강조한 이재명 경기지사발(發) 재난지원금 대신 ‘핀셋(선별적)’ 지원을 강조해 왔다.

일단 제주도는 입법 예고된 개정조례안에 대해 도지사가 학교 밖에 청소년에 대해 ‘교육재난지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한 신설 조항에 대해 문구 수정 등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전체 도정 기조에 맞춰 여러 방면의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원 지사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특별강연 참석차 서울에 올라가 직접 입장을 피력하진 않았다.

제주도 학생재난지원금은 도교육청이 자체 예산 228억원으로 만 7세 이상 제주지역 모든 초·중·고 재학생 7만600여명에게 1인당 30만원씩 지급하는 것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