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기업 채용 방식이 ‘I·O·U’로 빠르게 전환되고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 위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기업들이 소수 인턴(Intern)을 수시(Occasional)로 뽑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입사 시험은 비대면(Untact) 온라인 시험이 일반화되고 있다.
LG그룹은 올해 하반기부터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상·하반기 정기 채용에서 연중 상시 채용으로 전환한다고 9일 밝혔다. 신입사원 70% 이상을 채용 연계형 인턴십으로 선발하고, 인·적성 검사는 온라인 방식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LG는 사업환경 변화와 현장 수요에 맞춰 신속하게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상시 채용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공개 채용의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초 10대 대기업 중 현대자동차가 가장 먼저 정기 공채를 폐지했다. 코로나19 확산 속 KT가 지난 3월 공채를 없앴고 이어 LG도 폐지를 공표한 것이다. SK도 공채 방식을 순차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채용 시장 변화의 모멘텀이 됐다고 분석한다.
채용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 4월 4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78.7%의 기업이 수시채용을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보다 9.7%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10대 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는 예측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에 대응해야 할 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정기 채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수시 채용은 채용 규모 조절이 용이하다.
결국 단기적으로 채용 규모가 축소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처음 입사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취업준비생은 “상시 채용은 결국 전문 분야가 있는 경력직이나 ‘중고 신입’에게 유리한 것 아니냐”라며 “나 같은 신입사원 준비생은 취업의 기회가 더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LG는 평균 4주의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계열사별로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채용 연계형 인턴십이 자리 잡으면 지원자가 원하는 업무와 현재 직무가 맞지 않는 문제가 해소돼 1년 이내에 퇴사하는 신입 사원 비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LG 관계자는 “인재 채용 방식의 전환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속에 적재적소의 인재를 뽑아 채용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구직자들은 인턴십 확대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호소한다. 한 구직자는 “객관적인 시험으로 뽑는 현행 공채는 비교적 공정한데, 인턴십은 얼마나 그럴지 잘 모르겠다”며 “시간과 에너지도 기존 시험보다 더 많이 들 것 같다”고 했다.
입사 시험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시험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감염병 예방 차원이다. 삼성이 지난달 말 상반기 공채에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사상 첫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LG는 9월부터 가세한다. SK는 온라인 화상면접을 실시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