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어르신들이 위험하다… 희생자 300명 넘길 수도

입력 2020-06-10 00:13
서울 양천구 보건소에서 9일 한 직원이 맞은편 양천구청 직원들이 창문에 붙인 응원 메시지를 바라보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더위에 고생하는 의료진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전했다.윤성호 기자

수도권에서 확산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감염병에 가장 취약한 노인들을 덮치고 있다. 대규모 유행이 발생해 고령 사망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던 대구·경북 사태가 재현될까 방역 당국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9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일 대비 38명 증가해 누적 확진자가 1만185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3명 늘어 276명이었다.

이 중 2명은 최근 발생한 수도권 집단감염과 관련 있었다. 경기도 부천 쿠팡물류센터발 3차 감염자인 86세 여성과 경기도 광주 행복한요양원 입소자가 이날 사망했다. 이로써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발생한 집단감염으로 희생된 노인 사망자는 3명으로 늘었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원어성경연구회 집단감염으로 70대 남성 1명이 사망했다.

경기도 광명에서는 이날 노인복지시설인 광명어르신보호센터 입소자 3명과 종사자 3명 등 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입소자 3명은 모두 80대였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클럽, 코인노래방 집단감염 등 젊은층 위주로 확산되던 감염이 지역사회 노인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브리핑에서 “60대 이상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전파가 조기에 차단되거나 선제적으로 발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전파 연결고리가 결국 취약계층에 침투해서 환자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에 올해 첫 폭염특보가 발효된 9일 서울 양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두꺼운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구청 관계자들이 마련한 얼음팩과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선별진료소에 투입된 의료진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보호구와 방호복을 벗을 수 없고 물조차 마실 수 없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실제 지난 4주간의 신규 확진자를 주 단위로 분석해보면 지난달 10~16일 발생한 신규 확진자 197명 중 60대 이상 환자는 15명(7.6%)에 불과했으나 17~23일 발생한 128명 중 13명(10.2%), 24~30일에는 276명 중 46명(16.7%), 31일부터 이달 6일까지는 278명 중 103명(37.1%)이 노인이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0명대에서 그칠 수 있던 희생자가 300명 단위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