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넘었지만 ‘흑인 시위’에 크게 맞은 트럼프

입력 2020-06-10 04:03
오렌지색 정장 차림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소속당인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이들은 아프리카 전통 문양이 그려진 스카프를 똑같이 두르고 플로이드가 목이 눌려 사망하기까지 걸린 시간인 8분46초간 무릎을 꿇고 침묵했다. EPA연합뉴스

흑인 사망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경보등이 켜졌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졌다.

CNN방송이 8일(현지시간) 공개한 미국 성인 1259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전 부통령은 55%의 지지율을 얻어 41%에 그친 트럼프 대통령에게 14% 포인트 앞섰다.

CNN의 지난 5월 같은 여론조사에서 바이든(51%)과 트럼프(46%)의 격차는 5% 포인트에 불과했다. 지난달 13∼14일 실시됐던 의회전문지 더힐과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엑스의 공동조사에서 바이든(42%)과 트럼프(41%)의 격차는 단 1% 포인트였다. 코로나19로 미국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트럼프와 바이든의 지지율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한 달 사이에 격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졌다.

이번 CNN 조사에서 응답자의 63%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문제 대응 방식에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시위에 대한 대처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해를 끼친다고 응답했다.

이런 결과를 종합해 보면 코로나19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반면 흑인 사망에 대한 분노는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탈출구를 만들었다. 그러나 흑인 사망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NN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는 38%로 2019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CNN은 지미 카터와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재임 기간 이와 비슷한 지지율을 기록했으며, 두 사람 모두 재선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CNN 여론조사는 그들의 보도만큼 가짜”라며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맞붙었을 때는 (여론조사가) 지금과 비슷했거나 더 나빴다”고 비꼬았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플로이드의 마지막 추도식에 참석해 유가족을 위로했다. CNN은 “바이든이 미국의 최고 치유자(healer-in-chief)가 되기를 추구하고 있다”며 분열과 대립을 부추기는 트럼프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