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김영철 재등장… 김여정과 ‘대남문제 투톱’ 부상

입력 2020-06-10 04:02

북한은 9일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 폐기를 주장하면서 이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사진)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지시라고 언급했다. 이른바 ‘하노이 노딜’ 이후 사실상 당 전면에 서지 못했던 김 부위원장이 김 제1부부장과 동시에 거론된 것이다.

통일전선부장으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 이어 지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주도한 김 부위원장은 그동안 뒤로 물러나 있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뒤 통전부장 자리를 장금철에게 넘겨줬다. 당시 회담 결렬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많았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6월 남·북·미 판문점 회동 때도 수행단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대미 협상에서 손을 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었다. 김 부위원장은 현재 정치국 위원,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직책만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이날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김 부위원장의 활동이 향후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남 사업 책임자는 직책상 김 부위원장이다. 김 제1부부장이 대남 사업을 총괄하는, 사실상 북한의 ‘2인자’로 나서게 되면서 김 제1부부장의 지시를 집행할 고위급 인물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간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대화와 협력을 거부해 왔다. 김 부위원장의 활동이 크게 드러날 환경이 아니었던 셈이다.

김 부위원장이 김 제1부부장과 ‘대남 투톱’으로 나서면서 남북 긴장 상태를 더 고조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부위원장은 대표적인 대남 강경파이며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주도한 정찰총국의 수장을 지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북 고위급 대표단 단장으로 참석했을 때 보수 정치인들과 천안함 사건 유가족은 그의 방남을 강하게 반대했다. 김 부위원장 주도로 군사 도발 등 수위 높은 도발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