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좀비, 어둠, 살인, 테러, 독립운동’. 밀실의 경계를 뛰어넘는 어드벤처 버라이어티 예능 tvN ‘대탈출 시즌3’의 테마다.
지난 7일 종영한 ‘대탈출 시즌3’는 선과 악 클리셰를 분명히 하면서 묵직한 메시지를 담았다. 심장을 조이는 촘촘한 전개가 기존 예능 작법을 파괴했다는 평가다.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한 편의 심리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대탈출 시즌3’의 인기 비결이다. 정종연 PD는 8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다양한 요소의 핵심에 ‘웃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 PD가 앞서 만든 ‘더 지니어스’와 ‘소사이어티게임’은 심리 예능의 고전으로 꼽힌다. 전작들이 경쟁과 생존을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대탈출’ 시리즈는 협동과 체험이 포인트다. 이때 중심은 세트다. ‘대탈출 시즌3’ 세트를 만든 장연옥 미술감독은 최근 예능 사상 최초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예술상을 받았다. 정 PD는 “예능은 줄곧 하위문화로 여겨졌지만 이번에 예술로 인정받은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며 “예능을 고착화하는 관행을 탈피하고 참신하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시즌3는 이전보다 어드벤처의 영역을 넓히면서 스토리에 힘을 줬다. 그렇다고 플롯의 치밀함을 놓친 것은 아니다. 정 PD는 “전체적인 스토리를 강화하면서 출연자의 자율성이 떨어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균형을 맞추려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이 구현한 세트와 테마 안에서 출연진은 창의력과 순발력, 추리력을 동원해 탈출해야 한다. 대본이 없다 보니 연출자로서는 열심히 준비한 것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아쉬울 때도 있다. “‘아차랜드’ 편에서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이 있어요. 생동감을 주려고 일부러 고기를 썩혀서 부패한 냄새를 만들었어요. 다른 팀에서 항의가 들어올 정도로 냄새가 고약해서 막상 현장에선 약하게 뿌렸더니 잘 모르더라고요.(웃음).”
피가 낭자한 살인 사건 현장은 물론 좀비나 귀신도 등장하지만 출연진은 특히 ‘어둠의 별장’ 편이 가장 무서웠다고 입을 모았다. “어떻게 어둠을 소재로 예능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놀랍다”고 했다. 정 PD는 “출연자와 시청자가 느끼는 무서움을 다르게 연출했다”며 “시청자는 보여서 무섭고, 출연자는 안 보여서 무서웠다. 재미있는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화면이 훤히 보이는 시청자가 ‘보여서’ 무서울 수 있던 이유는 출연진이 느끼는 극한의 공포가 전이됐기 때문이다. 그가 시청자는 맡을 수 없는 시체의 냄새까지 준비한 이유도 출연자가 느끼는 불쾌감이 화면을 통해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인기 히어로 영화 시리즈처럼 ‘대탈출’의 각 시즌 세계관은 교묘히 연결돼 있다. 예를 들어 시즌 3의 ‘어둠의 별장’에 나온 인물이 시즌2의 ‘조마테오 정신병원’에 등장했던 인물과 같다. 정 PD는 “예능이지만 회마다 스토리를 중심으로 풀어가다 보니 에피소드끼리 작은 연결고리를 만들었다”며 “시즌4에도 시즌3의 타임머신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탈출’ 시리즈를 향한 정 PD는 애정은 남달랐다. “새로운 스토리를 수혈하고 신선한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시청자가 ‘제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만들고 싶어요. 최고보다는 유일한 예능을 만들고 싶어서 달려왔고, 시청자가 제 프로그램을 평가하면서 한두 시간 동안 놀 수 있다면 바랄 게 없어요.”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