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 사회가 저출산 조장… 불평등 손봐야”

입력 2020-06-10 04:09
보건복지부 제공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먼저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쟁사회에서 출산이 부담과 비용만 초래하는 행위로 인식되는 만큼 개인이 가진 능력이 사장되지 않는 환경을 구축하는 게 근본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가 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개최한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한 인문·사회 포럼’ 첫 번째 토론회(콜로키움)에서 좌장을 맡은 박경숙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가정을 형성한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이들의 행위이고, 출산은 많은 이에게 심각한 부담과 비용이 드는 위험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어릴 때부터 교육 경쟁에 내몰리고, 이후 불평등과 계층화 등을 겪으면서 재생산은 혐오의 대상이 됐다”며 “실패와 좌절에서 방황하지 않도록 다양한 삶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평등 기제를 개선하고 개인의 잠재력이 사장되지 않는 교육, 노동, 복지 환경을 구축하는 게 저출산의 해법”이라고 제안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뉴노멀’을 반영한 인구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통해 디지털 공간이 급부상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인류는 현실 공간과 디지털 공간, 둘의 혼합 공간 등 세 공간에서 살게 된다”며 “현실 공간에서만 활동하던 인구 1명과 세 공간에서 멀티태스킹 하는 인구 1명을 동일한 한 사람으로 산정해 ‘저출산 때문에 국가가 망한다’고 예측하는 게 맞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도 “4차 혁명, 인공지능(AI), 탈연결, 개인화 등 새롭게 부상하는 삶의 방식을 아우르는 (인구)재구조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영상 개회사에서 “논의 결과는 올해 말 발표될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깊은 통찰이 저출산 대책을 수립하는 데 기본 바탕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