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좌절 말라”… 당장 성적 나빠도 2학기에 만회 가능

입력 2020-06-13 04:05

천신만고 끝에 등교 수업을 받고 있는 고3 수험생들이 오는 18일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를 치른다.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년에 두 차례 주관하는 모의평가 중 첫 시험이다. 재수생과 반수생(대학 재학 중 대입 재도전)도 응시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향후 대입 전략을 수립하는 기초 데이터로 활용된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교육이 파행 운영됐다. 어느 해보다 재수생이 강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 많다. 교육부가 “고3 학생들이 불리하지 않도록 방법을 찾고 있다”는 취지로 얘기하고 있지만 크게 기대 않는 편이 좋겠다. 수능이 2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고3 수험생에게 해줄 건 많지 않아 보인다.

입시 전문가들이 6월 모의평가를 앞둔 고3 수험생에게 강조하는 말은 “좌절하지 말라”이다. 재수생은 지금 고3과 달리 정상적인 고교 수업을 마쳤으며 수능을 치러본 경험도 갖고 있다. 모의평가에서 성적이 예상보다 많이 떨어져도 놀랄 필요 없는 것이다. 기대 이하 성적에 좌절하거나 코로나19와 정책 탓을 해봐야 감정 소모만 하게 된다. 내신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 부담을 털어버리는 2학기에 본격적인 추격전을 시작할 수 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12일 내놓은 분석 자료를 참고할 만하다. 지난해 대입을 치른 수험생 7830명 중에 6월 모의평가보다 수능 성적이 오른 학생들을 분석한 자료다. 노력한다면 6월 모의평가보다 성적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자료를 보면 백분위 점수 기준으로 국어는 평균 11.6점 상승했다(그래픽 참조). 1~8점 상승한 인원이 절반 이상인 50.5%였다. 2점 상승이 10.4%, 1점 상승이 8.0%로 가장 많다. 점수가 크게 오르지 않은 수험생이 많다는 얘기다. 다만 30점 이상 끌어올린 인원도 7.1%나 됐다. 성적 상승 수험생 100명 중 7명 정도는 수직 상승을 경험했다는 말이다.

이과 수험생이 주로 치르는 수학 가형의 경우 평균 16점 상승으로 국어보다 상승폭이 컸다. 1~13점 상승이 50.5%였다. 30점 이상 점수를 올린 인원은 14.4%로 국어보다 배 이상 많았다. 문과생이 주로 보는 수학 나형은 평균 9.2점 상승했다. 절반가량(49.7%)이 1~7점 상승했다. 30점 이상 점수를 끌어올린 인원은 2.5% 수준이었다.

절대평가로 등급만 나오는 영어는 어떨까. 지난해 수능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1등급 비율은 7.4%였다. 이 가운데 58.5%는 6월 모의평가에서도 1등급이었다. 나머지는 2등급 이하에서 올라왔다. 2등급에서 한 계단 올라선 비율이 31.1%, 3등급에서 두 계단 점프한 인원이 8.0%, 4등급에서 1등급으로 상승한 인원이 2.4%로 나타났다.

2등급 인원 구성 비율도 크게 다르지 않다. 6월 모의평가에서도 2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43.7%로 가장 많았다. 3등급에서 올라온 인원이 24%, 4등급에서 두 계단 점프한 인원이 7.2%였다. 1등급에서 한 계단 내려온 인원은 23.1%로 나타났다. 6월 모의평가 성적을 본수능에서 그대로 유지한 수험생보다 등급 변동을 경험하는 학생이 더 많다는 얘기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6월 모의평가와 수능의 성적 차이를 표본조사해보면 매년 이와 비슷한 경향이 보인다”며 “모의평가 성적에 실망 말고 학습 전략을 잘 세워 실행하면 따라잡을 기회는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역대급 재수생 강세’ 전망도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견해도 있다. 올해 고3 수험생은 3월 2일 정상적으로 개학하지 못하고 4월 9일부터 온라인 수업, 지난달 20일부터 등교 수업을 받고 있다. 수시 준비를 해온 수험생이라면 촉박한 정기고사 일정과 비교과 활동 시간 부족 등으로 ‘패닉’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일찌감치 정시 모집을 염두에 두고 수능 준비를 해온 수험생이라면 학교생활에 대한 부담 없이 수능 준비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었다. 수능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예년보다 두 달 이상 많았다. 어수선한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은 수험생이라면 재수생과의 격차는 오히려 적을 수 있다.

고3 내 격차가 더욱 벌어졌을 가능성은 높다. 재수생과의 격차보다 고3 수험생들 사이의 격차가 더 우려스럽다는 관측도 있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도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수험생과 그렇지 못한 수험생, 대입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고교 혹은 지역 수험생과 그렇지 못한 수험생의 처지는 다를 수 있다. 과거에도 이런 격차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공교육이 수개월째 파행 운영되는 상황에선 격차가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교육 당국은 등교 수업 관리에도 버거운 상태여서 이 부분에 대해 해법을 내놓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믿을 건 수험생 본인뿐이란 마음가짐으로 6월 모의평가를 기점으로 신발끈을 고쳐 매라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충고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