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립대학들이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를 중심으로 차세대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개혁을 추진한다. 대학들이 재빠르게 변신한다면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대한민국이 세계 대학을 주도해 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총협은 미래사회에 적합한 미래형 대학의 모델을 개발해 이른바 ‘케이-고등교육 모델’ 수출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총협은 우리나라 사립대학이 미래사회에 적합한 미래형 대학의 모습으로 거듭나는데 필요한 환경조성에 나설 마스터플랜을 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학 모습은 타대학 강의가 다른 대학 학생들에게 공유되고 큰 비용이 드는 강의실 구축이 불필요해지며, 동영상 강의와 대면 교육이 혼합된 형식의 강의와 과목이 대세가 될 전망이다. 이런 고등교육의 흐름을 어느 나라가 그리고 어떤 대학이 선점하느냐가 새로운 차세대 대학의 모델이 될 것이라는 게 사총협의 예상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환경과 높은 교육열, 변화에 대한 열정이 충만해, 대학들이 좀더 빠르게 시대 흐름에 맞는 변신을 이뤄낸다면 세계의 대학들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한 K-고등교육모델 개발을 성공한다면 K-pop처럼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사총협은 기대했다. 지금껏 우리나라 대학은 수백년, 최소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선진국 유수 대학과 겨루기 힘들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대한민국이 세계 대학을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위기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향하는 변혁의 시계를 가속하고 있다. 교육부는 앞서 대학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 미네르바스쿨, 애리조나대학, 스탠퍼드대학들을 모델 대학으로 제시했다. 미네르바 대학은 캠퍼스 없이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4년간 7개국을 다니면서 진행하고, 애리조나주립대는 온라인 강의 업체인 에드엑스(EDex)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의 학점을 인정하고 학비를 절감시켰다. 스탠포드대학은 교수 등이 실리콘밸리에서 창업벤처에 집중할 경우 교과 강의를 전혀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학사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학 체질을 기존의 ‘고비용구조’에서 ‘저비용·고품질’구조로 바꾸어 나간다. 아울러 사총협은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해 제도와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대학을 벤치마킹해서는 혁신대학으로 만들 수 도 없기 때문이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대학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와 정책의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을 추진한다.
사립대학 교육 건전성과 전국 대학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한 사총협은 현재 전국 153개 4년제 사립 대학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 10곳 중 8곳이 사립대일 정도로 사학은 우리나라 교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사립대학의 경쟁력 강화는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한다. 현재 사립대는 학령인구 급감,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문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 혁신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등이 겹치면서 대학은 말 그대로 설상가상인 상황을 맞고 있다. 이에 교육부와 사총협은 지난 4월 고등교육재정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정 악화 문제, 수입과 지출 문제, 규제 완화 문제 등 재정난 타개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교육의 질 저하와 등록금 환불 논란에 대해선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2019년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대학은 연간 60여만 개의 강좌를 개설하고 있는데. 이중 온라인 강좌는 1% 정도에 불과했다. 한국 대학교육은 대부분 캠퍼스에 모여 면대면 교육으로 진행하면서 온라인 교육에 대한 경험이 미흡하고, 제반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대학들이 많다. 충분한 서버 용량, 통신선, 동영상 제작 도구, 하드웨어가 부족했고 동영상 녹화시설, 기자재, 프로그램 등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대학들이 있었다. 또 동영상 강의에 대한 교수와 학생들의 경험이 없다 보니, 온라인 교육에 대한 혼란과 불만이 가중됐다. 이에 대해 사총협 측은 코로나19가 워낙 갑작스럽게 덮쳐 대학들도 초기 대응에 미숙한 점이 있었지만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대학마다 서버 증설, 보강 계획 등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총협은 사립대학의 자율성 제고를 통한 교육의 질적 향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글로벌 경쟁 시대를 맞아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는 것은 대학은 물론 국가발전에 필요충분조건이 되고 있다. 대학구조조정, 특성화 전략 수립, 미래지향적 대학평가 등 대학에 놓인 주요 현안들이 대학들의 자율 의지에 따라 합리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여론을 수렴하고 사회 각계각층에 지원과 협력을 요구할 계획이다.
▒ 장제국 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사립대 상황 개선해서 가보지 않은 길 앞서 가겠다”
“악화일로인 사립대 상황을 개선하고,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새로운 대학모델을 선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장제국(56·사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은 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립대학 경쟁력 강화는 국가경쟁력 강화와 직결되는 만큼 정부 및 회원 대학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직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장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지난 4월 사총협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사회적·경제적 위기는 우리 모두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며 “대학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변혁의 시대에 걸맞은 사회변혁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있어 대학이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그는 정부와 적극 소통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장 회장은 “12년간 지속된 등록금 동결은 대학재정을 열악하게 만들었고 결국 한국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면서 “교육 당국과 협력과 협업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제정, 사학 지원 관련법 제정 등 각종 개선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특히 교육부가 최근 대학 재정 위기를 고려해 ‘고등교육재정위원회’를 발족한 만큼 위원회를 통해 해결 방안을 끌어낸다는 방안이다.
장 회장은 2011년부터 부산 사상구에 있는 동서대 총장을 역임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지방대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장 회장은 지방대의 목소리를 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장 회장은 “지방대는 지역의 자산으로, 지역을 이끌 인재를 육성함으로써 젊은이들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수도권 중심주의의 나라가 된 것이 지방 탓이 아닌데 왜 지방대만 인위적인 대학구조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방대의 아픔을 대변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외국대학은 온라인 강의로 최고급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 혁신이 이뤄지는데, 국내 대학의 원격수업은 걸음마 단계라는 비판에 대해 장 회장은 “시스템상의 차이로 인해 사이버대학과 일반대학 교수법은 다르다”면서 “양질의 콘텐츠나 온라인 교수법은 대학과 교수와 직원, 학생들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분야로 2~3년 내로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 회장은 1964년 부산 출신으로 미국 조지워싱턴대, 조지워싱턴 대학원 석사, 일본 게이오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