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숨진 채 발견된 손모(60·여) 정의기억연대 산하 ‘평화의 우리집’ 소장 빈소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8일 마련됐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연 관계자들은 슬픔과 분노 속에 장례를 준비했다. 고인의 시신을 부검한 경찰은 여러 차례 극단적인 시도를 하려 했던 정황을 확인했다.
빈소 분위기는 차분했다. 오전까지는 이나영 이사장과 한경희 사무총장 등 정의연 주요 임원들이 빈소 주변을 오가기도 했다. 이들은 취재진이 다가가 질문을 해도 별다른 대답 없이 자리를 피했다. 빈소에서는 울음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정의연과 유족 측은 언론 공개 없는 비공개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빈소 앞에서는 장례식장 관계자가 취재진의 접근을 차단했다. 오전에는 검은 옷을 입은 유족으로 보이는 인물이 방송국 카메라를 향해 “빼주세요. 언론 비공개로 진행합니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빈소 앞 복도에 노란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취재는 일체 거부하며 취재진의 출입을 일절 엄금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안내문을 촬영하는 취재진에게도 “찍지 말라”고 했다.
오후부터 조문객이 삼삼오오 찾아왔다. 조문 행렬은 저녁 늦게까지 이어졌다. 밤에는 민주당 정춘숙 진선미 고민정 의원이 빈소를 찾기도 했다.
상주(喪主)는 이 이사장과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회장 등 3명이 공동으로 맡았다. 정의연은 홈페이지를 통해 “고인의 장례는 여성·인권·평화·시민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라면서 “장례위원장으로는 이 이사장 등 16명을 선임했다. 장례위원을 모집한다”고 공지했다. 이날 오후 7시에는 시민단체 ‘김복동의희망’ 주관 추모행사가 열렸고, 9일 같은 시간에는 시민사회 주관으로 추모행사가 열린다.
경기 파주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고인을 부검한 결과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소견을 통보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1시간 정도 진행된 부검에서는 복부와 팔 부위에서 주저흔으로 보이는 자상이 발견됐다.
파주경찰서 관계자는 “팔과 복부 부분에서 흉기로 인한 주저흔이 발견됐지만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세 부검소견은 2~3주 뒤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고인의 스마트폰을 디지털 포렌식한 뒤 필요한 경우 참고인들을 추가로 소환할 방침이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20년 가까운 동지이자 자매가 먼 길을 떠났다”며 “다 제 탓인 것 같아 마음 둘 곳이 없다”고 적었다. 이어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 붙어 있던 포스트잇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윤미향 의원님 반드시 이겨내십시오!’라는 응원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윤 의원은 사무실 앞에서 대기하던 기자들에게 “무엇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거냐. 내가 죽는 모습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것이냐”면서 “상중인 것을 알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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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태 김지애 송경모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