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회사 명의 ‘슈퍼 카’ 몰고 법인카드로 흥청망청

입력 2020-06-09 04:04

대학생인 A씨는 잘나가는 ‘금수저’다. 수억원에 달하는 ‘슈퍼 카’를 몰고 다니면서 씀씀이도 보통이 아니다. 한번 방문하면 수백만원씩 나오는 고급 유흥업소에서 어렵지 않게 카드를 긁는다. 전업주부인 A씨 모친도 마찬가지다. A씨처럼 수억원대 차량을 몰고 다니고 명품가방 정도는 우습게 구매한다. 정점은 부동산이다. 이들이 사는 곳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80억원가량의 최고급 아파트다. 상위 1%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화수분처럼 끊이지 않는 이들의 씀씀이에는 비밀이 있었다. 두 사람이 타는 슈퍼 카는 모두 A씨 부친이 운영하는 법인 명의다. 카드도 이 회사의 법인카드인 데다 부동산 역시 법인 명의로 돼 있다. 회사 자산을 사적 목적으로 유용한 것이다. 회사 자산은 다른 형태로도 A씨 가족에게 지급됐다. 협력업체를 통해 받은 리베이트는 A씨 가족의 쌈짓돈으로 돌아갔다. 꼬리가 길면 밟힐 수밖에 없다. 세정 당국은 A씨 가족의 각종 탈루 혐의에 대해 정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창업주인 부친에게서 회사를 물려받은 B씨도 법인 자산을 마음대로 활용한 사례다. B씨는 대표가 된 뒤 법인 명의로 6대의 차량을 구매해 일가족 자가용으로 썼다. 6대의 총 가격만도 16억원에 달한다. 회사 명의로 27억원 상당의 콘도미니엄을 구매해 개인 별장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당연한 듯 법인카드를 쓴 점도 A씨 사례와 닮았다. 세정 당국은 B씨의 각종 탈루 혐의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국세청은 개인당 평균 자산만도 1462억원에 달하는 고액 자산가 24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돌입한다고 8일 밝혔다. A씨 부친이나 B씨를 비롯한 사업주들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들은 회사 명의의 자산을 유용하다가 덜미를 잡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법인 명의로 등록된 고가의 ‘슈퍼 카’를 개인 차량처럼 운용한 경우다. 조사 대상자 중 9명이 법인 명의로 등록된 슈퍼 카를 사적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이들이 법인 명의로 사들인 차량 41대의 금액도 102억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각종 편법이 난무했다. 주부인 배우자나 해외 유학 중인 자녀가 수억원에 달하는 고액 급여를 지급받는 식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경우도 포착됐다. 리베이트나 매출 누락을 통한 회사자금 유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변칙 증여 사례도 다수였다. 탈법적으로 사주일가의 개인 재산을 증식해 온 셈이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들은 수많은 기업과 근로자들이 무급휴직, 급여 삭감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상황에서 세금을 탈루한 자들”이라며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