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거물들이 자기 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군부가 최근 시위 진압 군 투입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데 이어 공화당 내에서도 반(反)트럼프 기류가 거세지고 있다.
1989년 흑인으로는 처음 합동참모본부장을 맡고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 국무장관이었던 콜린 파월은 7일(현지시간) CNN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을 하지만 공화당은 그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나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까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에 줄곧 강경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우리에겐 헌법이 있고 헌법을 따라야 한다”며 “대통령은 헌법으로부터 도망쳤다”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군 투입을 반대한 군 관계자들을 거론하며 “그들이 한 일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파월에 이어 국무장관에 오른 콘돌리자 라이스도 트럼프 대통령 비판에 가세했다. 미국의 첫 흑인 여성 국무장관이기도 한 라이스는 CBS방송에 출연해 “어떤 말을 하기 전 역사적 맥락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라”며 “트위터는 잠시 접어두고 국민과 대화하길 바란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침을 가했다. 또 “대통령이라면 지지층뿐 아니라 모든 미국인에게 말해야 한다”며 “우리의 깊은 상처에 관해 이야기하고 이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외에도 하원의장을 지낸 폴 라이언, 본 베이너 등 유력 공화당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을 넘어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방안까지 저울질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과 밋 롬니 상원의원, 작고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아내 신디 매케인 등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거나 유보했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트럼프 반대파로 꼽히는 롬니 의원은 이날 공화당 의원 중 처음으로 워싱턴DC에서 시위대와 함께 행진했다.
공화당 지지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지난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 중 46%만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답했다. 2017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공화당 지지자의 17%는 지금 선거가 실시되면 바이든 후보를 찍겠다고 답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