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다.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지난해 4월부터 산발적으로 이뤄졌으나 6월 9일에는 홍콩 인구 740만명 가운데 100만명이 거리행진에 나서면서 장기간의 민주화 시위에 불을 댕기는 기폭제가 됐다.
민주화 시위에 밀린 캐리 람 장관은 9월 4일 송환법 철회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11월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전체 452석 중 400석 가까이 싹쓸이하는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홍콩 경찰은 지금까지 9000명 가까이 체포하는 등 강경 진압으로 일관했고, 중국 정부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반중국 시위 자체를 차단하려 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홍콩 지키기에 나섰지만, 중국은 홍콩에 대한 내정간섭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올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심 시위를 하기 어려운 상황도 만들어졌다. 태어날 때부터 자유와 인권을 누려온 홍콩 젊은이들은 지금 중대 기로에 서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규모 체포와 코로나19 확산, 홍콩보안법 강행, 경기침체 등 복합적인 이유로 시위대의 동력이 상실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통제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지난 4일 빅토리아공원에서 열린 ‘6·4 천안문 민주화 시위’ 31주년 집회에 1만여명이 참여했고, 홍콩 노동계와 학생단체는 홍콩보안법에 맞서 총파업, 동맹휴학, 철시 등 ‘삼파(三罷) 투쟁’을 추진키로 해 얼마나 시위 동력을 살려낼지 주목된다.
홍콩 보안법이 미·중 갈등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은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제거하는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홍콩을 제재하면 홍콩 주재 서방 기업들이 홍콩 시장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대가가 매우 클 것”이라며 “보복 조치는 미국에 더 큰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