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1대 국회 원 구성 법정 시한인 8일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재에 나섰다. 박 의장은 상임위원회 정수 조정부터 하자는 미래통합당의 요구를 받아주는 대신 오는 12일까지 여야가 상임위 구성을 완료할 것을 주문했다. 여야가 협상 시간은 벌었지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이견은 좁히지 못해 향후 협상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오전부터 원 구성 법정 시한을 강조하며 통합당을 압박했다.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원 시한을 어기는 것은 국회법을 위반하는 탈법적 행위이며 관행이라는 행위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오늘은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 구성을 마치는 날”이라며 “원 구성을 법정 시한 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열린 통합당 비상대책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은 없고 (여당의) 협박만 있었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상임위 정수 조정, 각 당의 상임위원 수 확정 없이는 상임위 구성 명단을 낼 수 없다”며 이날 정오까지 18개 상임위 구성 명단을 제출해 달라는 박 의장 요구를 거부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박 의장 요청에 따라 정오쯤 국회 의사과를 찾아 18개 상임위 구성 명단을 제출했다. 반면 통합당 지도부는 국회의장실을 찾아 ‘상임위 정수에 관한 규칙 개정 특위 구성’ 안을 제출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국회사무처 자료에 따르더라도 상임위 배정 전에 특위를 구성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본회의를 2시간30여분 앞둔 오후 1시30분 여야 원내대표단과 막판 협상을 시작했다. 박 의장이 본회의를 예정대로 연다면 18개 상임위원장을 표결에 부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회동에 이목이 집중됐다. 박 의장은 모두발언에서 “통합당에서 제안한 특위 구성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1시간여의 회동이 끝난 뒤 “오늘 본회의는 예정대로 열고 상임위 정수에 관한 규칙 개정 특위 구성을 안건으로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고 한민수 의장실 공보수석이 전했다. 오후 4시쯤 열린 본회의에서는 이 안건만 처리하고 5분 만에 산회했다. 박 의장은 산회 전 “원 구성 문제는 논쟁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과 결단의 문제”라며 여야를 향해 접점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이후 여야 원내대표단은 의장 주재로 다시 회동을 가졌다. 9일 정수 조정 특위 회의를 열고, 10일 본회의에서 정수 조정을 위한 규칙 개정안을 처리키로 합의했다. 또 상임위 구성을 확정하는 12일까지 계속 협상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한 공보수석은 “의장은 상임위원 선임과 상임위원장 배분과 관련해 협의에 이를 수 있도록 계속 회담을 가져 달라고 했고, 여야 원내대표도 그러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 의장 중재로 일단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여야 모두 법사위원장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협상은 여전히 난망하다. 통합당은 최소한의 견제 장치로 법사위를 확보하려 하는 반면, 민주당은 법사위만 준다면 나머지 상임위원장 배분은 야당을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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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현 김이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