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세계 성장률 -5.2% 전후 최악… “재정 선별지원해야”

입력 2020-06-09 00:00

세계은행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올해 세계 경제가 5.2%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 상황을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으로 규정한 세계은행은 주요국에 보편적이 아닌 특정 계층을 상대로 한 선별적 지원을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은행은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 2.5%에서 무려 7.7% 포인트 낮춘 -5.2%로 전망했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았던 -3.0%보다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세계 성장률은 -1.7%였다. 코로나19발 위기에 따른 성장률 추락 수준이 한때 2차대전 이후 최악이었다는 금융위기보다 3배나 가파를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세계은행은 매년 1월과 6월 두 차례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따로 발표하지 않는다.

세계은행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각국의 봉쇄 조치로 수요가 둔화하고 국제교역량이 줄면서 선진국과 신흥국·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7.0%, -2.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타격이 가장 큰 지역은 유럽연합(EU)으로 올해 9.1%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6.1%) 중남미(-5.8%) 중동·북아프리카(-4.4%) 남아시아(-2.7%) 등 거의 모든 지역에서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나왔다. 세계은행은 “그동안의 경제위기는 금융위기나 재정정책 실패, 전쟁, 유가변동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했지만, 이번 사태는 팬데믹(대유행) 단일 요인으로 촉발된 최초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다만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해서는 유일하게 성장(0.5%)할 것으로 봤다. 올해 1.0%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일본 경제는 미국에 버금가는 -6.1% 성장률을 예상했다.

세계은행은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국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특히 선진국에 대해서는 저성장·디플레이션(침체에 따른 저물가) 압력에 대비한 통화정책과 함께 선별적 재정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은행은 “고정소득이 없는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임시근로자에게 직접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 정치권에서는 보편적 지원 성격을 둔 기본소득 논쟁이 한창이지만 그보다는 선별적 지원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