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에 금융권 ESG에 돈 몰린다

입력 2020-06-09 04:0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국내 금융권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투자와 경영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만큼 금융권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한편 ESG 가치를 제고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사회적 책임 투자 및 경영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ESG 투자와 경영은 단기적 재무성과만 고려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과 리스크 축소를 목표로 한다.

8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최초로 채권형 ESG 펀드인 ‘미래에셋지속가능ESG채권 펀드’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사회적 책임투자(SRI)를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된 이 펀드는 신용등급 AA- 이상 상장사 중 ESG 평가등급 B+ 이상인 기업 채권과 ESG 목적발행채권이 투자 대상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책임투자가 강조되면서 ESG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ESG 채권의 수요와 공급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펀드 상품 출시는 코로나19 이후 은행권의 연이은 ESG 채권 발행이 배경이 됐다.

지난달 산업은행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사회적 채권 1조원가량을 발행했다. 국민은행도 지난 3월 4000억원(만기 1년, 금리 1.15%) 규모의 사회적 채권을 발행했다.

두 은행의 사회적 채권은 모두 코로나19 사태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고용안정에 기여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신한카드도 지난달 27일 업계 최초로 코로나19 금융지원에 사용하는 1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ESG 채권 발행 잔액은 59조원가량이며, 이는 2018년 말 대비 60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글로벌 투자 관점에서 봤을 때도 코로나19 이후 ESG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에 베팅하는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미 CNBC는 7일(현지시간) 올 1분기 코로나19 때문에 펀드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했음에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지표로 한 펀드에는 457억 달러(약 55조원)가량이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미 최대 ESG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쉐어즈 ESG MSCI USA’의 경우 순자산이 5일 기준 70억9953만 달러(약 8조5550억원)에 달하며 최근 한 달간 5억5000만 달러가량의 신규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되고 증시가 불안정해지면서 ESG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탁월한 승리를 거두고 있다”며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대유행 때 기업들이 방역이나 고용안정 등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