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길리어드에 M&A 타진… 성사땐 330조 메가딜

입력 2020-06-09 04:07
연합뉴스TV 제공

연내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겠다고 밝힌 영국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가 미국의 길리어드사이언스에 인수·합병(M&A)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리어드는 코로나19 치료제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렘데시비르’ 개발사다. 두 회사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제약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메가딜’이 될 것으로 보인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달 길리어드에 M&A 의사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가 인수가로 제시한 금액은 무려 2743억5210만 달러(약 330조4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길리어드의 시가총액이 960억 달러(약 115조2000억원)임을 감안하면 3배에 육박하는 파격적인 인수가를 제안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길리어드를 인수하는 데 성공한다면 제약업계 역사상 최대 M&A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제약업계 최대 M&A는 지난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가 셀진 코퍼레이션을 인수한 것으로 740억 달러(약 89조원)에 성사됐다. 아스트라제네카가 M&A 가능성을 내비친 이유는 길리어드가 보유한 연구·개발(R&D) 역량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1987년 설립된 길리어드는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에 이어 에이즈 치료제인 빅타비와 트루바다 등을 선보이며 제약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켜 왔다. 최근에는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 당시 개발했던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보여 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얻는 등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만큼 양사가 합병할 경우 코로나19 극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거대 제약사의 합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장 큰 걸림돌은 합병 당사자인 길리어드가 회사를 팔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길리어드 소식통을 인용해 “길리어드는 다른 거대 제약사에 인수당할 생각이 없다”며 “현재는 소규모 협력사를 인수하거나 그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