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 이자 실화? 네이버-SKT 통장에 은행들 ‘바들바들’

입력 2020-06-09 00:18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앞다퉈 금융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테크핀’(기술금융)에 주목하고 있는 ICT 업계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금융권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장인 ‘네이버 통장’을 8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고, 예치금 수익뿐 아니라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적립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사용자들이 몰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장 가입자들은 100만원 내에서 연 3%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다. 다만 출시 이벤트가 끝나는 9월 1일부터는 네이버페이 전월 결제 금액이 10만원 이상일 때 연 3%, 월 10만원 미만이면 연 1%의 수익률이 적용된다.

또 네이버통장으로 충전한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자사 쇼핑·예약 등 서비스에서 사용할 경우, 결제금액의 3%를 다시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사용자들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받을 수 있고, 네이버 측은 커머스와 페이 서비스 활성화를 통해 매출 증대를 노릴 수 있다.

SK텔레콤 역시 KDB산업은행과 손잡고 자유입출금 금융상품인 ‘T이득통장’을 오는 15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자유입출금 예금 상품으로는 국내 1금융권에서 최고 수준인 2%의 금리를 복리로 제공한다.

SK텔레콤 가입자는 KDB산업은행 마케팅 정보 활용에 동의만 하면 예치금 200만원까지 연 2%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예치금 200만원을 유지할 경우 매달 3333원의 이자 혜택을 받게 된다. 200만원을 초과한 예치금에 대해서는 0.5%의 금리가 적용된다.

T이득통장은 만 17세 이상,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SK텔레콤 이용 고객이라면 핀크앱을 통해 쉽게 가입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신과 금융이라는 이종 산업의 시너지를 통해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고, 회사는 가입자 확보와 유지에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향후 테크핀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최대 플랫폼·통신기업의 행보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은 편하지 않다. 당장은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예치금에 한도를 둬 충격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점차 상품이 다양화될 경우 고객 이탈이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 접근성과 편리성에서 앞서가는 ICT 기업들은 충분히 사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 금융상품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