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기독미술인회(ECAA·회장 신미선)는 오는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밀알미술관에서 ‘로고스 100호전- 요한복음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이화여대 출신 기독 미술인이 모인 ECAA는 성경 한 권을 정해 매월 함께 예배한 후 이를 주제로 작품을 그려 매년 정기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올해로 여섯 번째인 이번 전시는 김경은 신금례 신미선 윤경 등 20명의 작가가 요한복음을 함께 읽고 묵상한 결과물이다.
ECAA의 예배를 인도하는 장원철 위례 삼이삼교회 목사는 “보통 작가들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지만, ECAA는 그려야 하는 그림을 그린다는 미션을 수행한다”며 “작가들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섞이지 않은, 오롯이 성경 말씀을 그려낼 수 있도록 동역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요한복음을 읽고 치열하게 고뇌한 결과물을 각자의 조형 언어로 캔버스에 담아냈다. 신미선 회장의 ‘Logos channel 20.3’은 끊임없이 세상의 문을 두드리는 하나님의 말씀과 이 말씀을 품어 생명력을 얻는 피조물을 표현했다. 요한복음의 장 수인 21에 맞춰 분홍의 배경색을 21번 덧칠하고 하나님이 창조한 아름다운 피조물, 노란 꽃을 크게 그려 넣었다. 하늘의 문에서 날아드는 색종이 조각은 말씀을 상징한다. 일부는 거부당해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일부는 끝까지 살아남아 노란 꽃의 문, 즉 우리의 영 안에 자리 잡는다.
이미란 작가는 복음의 말씀 위에 자리 잡은 인간 세계를 화폭에 담았다. 그의 작품 ‘영원한 사랑’엔 신문, 교회 간행물 등에 담긴 말씀의 활자가 반석이 돼 집과 교회를 받치고, 하늘에서 이들을 향해 축복과 은혜의 빛이 쏟아지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화여대 서양화과 1호 졸업생인 신금례 작가는 50여년간 그려온 들녘의 야생화를 통해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창조주의 은혜를 표현했다. 이 작품들을 포함해 100호 작품 20점과 10·20호 작품 40점 등 60여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신 회장은 기독 작가의 경쟁력을 키워 기독교가 미술 문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100호 작품을 고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독 미술이라는 한정된 분야가 아니라 예술계 전반에서 경쟁력을 갖고 문화를 키워나가기 위해선 큰 작품을 꾸준히 그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 안에서 성도들만 은혜를 받는 게 아니라, 세상으로 나아가 기독 미술의 예술성과 영성을 넓게 보여주는 게 기독 미술인으로서 의무이자 ECAA의 존재 이유”라며 “갈수록 시각 언어가 중요해지는 만큼, 예술이 전도와 선교의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도록 교회와 성도, 작가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