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급락세를 보였던 원자재 시장이 저점을 찍고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중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경제 재개에 돌입하고, 주요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까지 더해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것이다. 한때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했던 국제유가를 비롯해 산업 생산에 쓰이는 구리, 니켈 등 금속류 시세는 현재 코로나19 직전 수준까지 반등한 상태다.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배럴당 40달러 선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선물 가격이 배럴당 60달러 선이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로 떨어졌던 지난 4월 이후 상당부분 회복됐다는 평가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는 지난 6일(현지시간) 당초 이달 말로 예정했던 ‘하루 960만 배럴 감산’ 합의를 7월까지 연장했다. 여기에 그동안 감산 합의를 지키지 않았던 국가에 대해선 9월까지 추가 감산분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OPEC의 감산 이행률은 84.6% 수준이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더디지만 연말까지 재고의 안정적 감소 가능성이 있다”며 “올 하반기엔 정상 시장으로의 회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 생산에 밀접한 구리, 니켈 등 주요 금속 가격도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구리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2.55달러 수준으로,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 이전 가격을 회복한 상태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발표한 이달 첫째주 전기동과 니켈 가격은 전주 대비 각각 3.0%, 4.1% 상승했다. 지난 5일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의 비철금속지수도 전주 대비 3.7%가량 오른 2588포인트를 기록했다.
경기에 민감한 원자재의 가격이 회복세를 띠는 배경에는 중국의 ‘수요 회복’ 기대감이 자리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중국 민간 정유공장의 80%가 위치한 산둥성 정유시설 가동률은 74.3%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중국의 비가공 구리·구리 제품과 비가공 알루미늄·알루미늄 제품의 지난 4월 누적 수입 증가량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0.3%, 152.2% 증가한 상태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경제활동을 재개한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비교적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