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돼 서서히 시야가 좁아지며 실명에 이르는 병이다. 안압 상승이 주요 원인이다. 보통 노화와 관련돼 있으나 눈에 외상을 입을 경우에도 갑자기 안압이 올라가 ‘급성 녹내장’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눈의 외상은 생활하다 모서리 등에 부딪히거나 교통사고 시 에어백이 터져 충격을 받기도 한다. 젊은층은 축구 농구 같은 격렬한 스포츠를 즐기다 몸싸움에 의해, 혹은 야구공 골프공 셔틀콕에 맞아 눈을 다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외상으로 눈에 충격이 가해졌다면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안과를 찾아 녹내장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눈 외상에 따른 2차성 녹내장 환자가 1200명 가까이 됐다. 남성이 약 80%, 30대 이하가 16%를 차지했다. 젊은층도 외상성 녹내장에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외부 압력으로 안구가 충격을 받으면 눈 속, 특히 ‘전방’에 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 출혈이 심한 경우 뭉쳐진 혈액이 방수 배출로인 ‘섬유주’를 막아 안압이 급격히 상승하고 시신경에 손상을 준다. 액체 성분인 방수는 각막과 수정체에 영양분을 공급하며 눈의 형태와 적정 안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출혈이 심하지 않아도 전방 내의 적혈구들이 섬유주 안의 아주 작은 방수 배출 구멍들을 막아 안압을 올릴 수 있다. 출혈이 모두 흡수된 뒤 수 개월 또는 수 년이 지나면서 섬유주의 기능이 점차 줄고 안압이 서서히 올라가 녹내장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유영철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교수는 “눈 외상을 입으면 대부분 급성 양상으로 녹내장이 발생하며 출혈이 흡수되면서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경우도 많다. 반면 만성으로 발병하는 경우엔 지속적인 약물치료나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상으로 잠깐 방수 배출 통로가 막혔다가 수술 등을 통해 다시 통로가 확보되더라도 이미 녹내장이 발생했다면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어 평생 관리해 줘야 한다. 유 교수는 “외상 후 당장은 아니더라도 몇 년 후 녹내장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가벼운 외상일지라도 안과를 방문해 검사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