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인디애나, 메릴랜드 등 7개주와 워싱턴DC에서 치러진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대선 후보 확정에 필요한 대의원 수 1991명을 넘긴 2004명을 확보했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 3일 치러질 미국 대선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과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간 대결로 조기에 확정됐다.
민주당 대선 경선 3수 끝에 후보가 된 바이든의 승리는 개인의 인기에서 비롯됐다기보다 민주당 주류 세력의 작품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주류들은 급진 좌파라는 ‘색깔론’ 비판을 받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었다가는 필패할 것이라고 보고 바이든을 조직적으로 지지했다.
‘슈퍼 화요일’(3월 3일) 직전 중도 성향의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며 경선 중도 하차를 한 게 결정적이었다. 이를 통해 바이든이 중도 세력의 몰표를 가져가게 되면서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샌더스 상원의원도 경선을 포기해야 했다.
올해 미국 대선은 가장 치열하면서도 추악한 선거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는 지금 위기에 빠져 있다. 코로나19로 실업률이 급증하면서 트럼프의 최대 자랑거리였던 경제 호황은 물거품이 됐다.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11만2000명을 넘어섰다. 트럼프의 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은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게다가 흑인 사망 항의시위가 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그렇다고 바이든의 낙승이 예상되는 것도 아니다. 미 공영라디오 NPR·공영방송 PBS·마리스트대학이 지난 2∼3일 미국 성인 958명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은 50%의 지지를 받으며 43%를 얻은 트럼프를 7% 포인트 차로 앞섰다. 흑인 사망 항의시위를 고려할 때 지지율 격차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가 수렁에 빠진 상태에서 바이든의 뜨지 않는 지지율은 민주당의 큰 고민거리다. ‘반(反)트럼프’ 말고는 뚜렷한 전략이 없다는 지적도 바이든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게다가 흑인 사망 항의시위도 바이든에게 딜레마가 될 수 있다. USA투데이는 항의시위가 폭력·약탈 양상으로 변질되면서 바이든이 마냥 시위를 지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