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대신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정부안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면서 보건연구원의 행방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범부처 보건의료 연구 기능을 총망라해 시너지효과를 내려면 복지부 산하로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과 보건연구원의 이관은 복지부 몸집 불리기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청와대의 ‘전면 재검토’ 지시에 따라 복지부는 보건연구원의 기능 및 소속을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보건연구원을 질본에서 떼어내 복지부 산하로 가져가려 했던 이유는 국내 보건의료 연구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가 나오기 전날인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임인택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보건연구원에 감염병 방역 기술지원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지원,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위한 기술 및 제품 개발 지원, 재생의료 기술 및 제품 개발까지 현 정부에서 역점으로 두고 있는 사업들을 포함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능은 질본에서 독자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복지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복지부의 ‘몸집 불리기’라는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재갑 한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가 “복지부의 인사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행시 출신을 내려보내던 악습을 보건연구원에서 하려는 것이냐”며 정부안을 비판한 국민청원 글에는 3만명에 육박하는 사람이 동의했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질본이 복지부와 조율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법령까지 가질 수 있도록 청에서 멈출 게 아니라 최종적으로 처로 승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로 일단 보건연구원은 질본에 남게 됐다. 질본에 꾸려진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부본부장 역할을 맡고 있는 권준욱 보건연구원장은 재검토 지시 발언이 나온 직후 한 브리핑에서 “질병관리청의 국립보건연구원”이라고 연구원 소속을 언급하기도 했다.
최종 결정권자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 논의과정도 중요해졌다. 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낸 보도자료에서 “질병관리청의 역할이 검역 및 방역에만 제한되면 효과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며 “질본 산하에 보건연구원을 존치시키고 당초 계획대로 연구원의 감염병연구센터를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 재편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질본의 청 승격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명수 미래통합당 의원은 국민일보에 보낸 입장문에서 “과학기술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타 부처에 있는 보건의료 관련 연구를 통합해 보건연구원에 가져오려 한다면 복지부 산하가 맞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국제적으로도 방역 기능과 방역을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기능 두 가지가 병립해 존재한다”며 “미국의 보건복지부 격인 DHHS 밑에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보건연구원(NIH)을 병렬 운영하는 게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는 행정안전부 주도 하에 새로운 정부안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손영래 중대본 전략기획반장은(복지부 대변인)은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인 만큼 각 기관의 기능별 이관에 대해 다시 논의해봐야 한다”며 “행안부 주도로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새로운) 세부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