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합병 당시 주가조작”… 삼성 “범죄 혐의 납득 못해”

입력 2020-06-08 04:05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7일 ‘대언론 호소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입구 모습.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10시30분 자신의 구속 여부를 판가름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사회지도층 범죄를 엄단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부회장 측은 범죄 혐의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심사는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에서 원정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원 부장판사가 홀로 재판장석에 앉고 약 4m 거리의 피의자석에 이 부회장이 앉게 된다. 이 부회장을 기준으로 왼편에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수사팀 관계자들이, 오른편에는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이 자리한다.

심사에선 전현직 특수통 검사들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에서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검사를 필두로 수사팀 주요 검사들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에는 이동열 전 서울서부지검장, 김기동 전 부산지검장 등 특수통 출신들이 포진돼 있다.

이 부회장은 박영수 특별검사 수사 당시 두 차례 영장심사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 부회장은 검찰 소환 때는 비공개 소환됐지만 영장심사에서는 법원 출석에 앞서 포토라인에 서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가 1년6개월 이상 이어져온 만큼 검찰은 150쪽 분량의 구속영장청구서와 함께 400권, 20만쪽 분량의 방대한 수사기록을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고의적인 주가조작이 있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는 합병 정당화를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 측은 주가조작은 사실 무근이고, 삼성바이오의 회계도 정상적인 회계 처리의 일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합병 당시 주가조작이 있었다는 혐의를 추가로 꺼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벌어졌던 위법 행위들이 과거 특검 수사로 일부 드러나 있는 상황에 더해 삼성물산 주가를 고의로 조작해 이 부회장 측에 유리한 구도를 조성하려 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회사 가치 조작이 동반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어느 수준으로 얼마나 자주 보고를 받았는지, 어떠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는지 조사가 돼 있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삼성 측은 혐의 자체를 부인하며 당시 합병은 법에서 정해진 절차를 충실히 따랐다는 입장이다. 고의 주가조작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성 측은 2015년 합병 자체를 사기적 부정거래로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의율한 검찰의 논리를 반박하는 데 주력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승계작업은 일반 기업에서도 진행하는 통상적인 현안이며 주가 방어도 ‘회사 가치 향상을 위해 당연히 진행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시세 조종 등의 의사결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상식 밖의 주장’이며, 로비 정황 역시 무리한 추측이라는 것이다.

양측 공방이 첨예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영장심사는 오후 늦게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담당 부장판사도 최종 결정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2월 16일 특검 수사 당시 열린 이 부회장 영장심사의 결론은 다음 날 새벽 5시가 되어서야 내려졌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