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 이게 아닌데… 대형마트 통큰 ‘고기 할인전’의 속사정

입력 2020-06-08 00:05
박대안 육우자조금관리위원장이 7일 서울 왕십리역 5층 주차장에서 육우제품을 차에 탄 고객에게 건네고 있다.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이날 육우를 40% 할인 판매하는 ‘2020 언택트 육우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김지훈 기자

코로나19로 늘어난 집밥 수요와 긴급재난지원금 영향으로 돼지고기, 소고기 등 축산물 가격이 대폭 올랐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고깃값 안정’을 위해 통 큰 할인전을 진행한다며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빗겨나면서 코로나19 직후보다 나빠진 ‘매출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 성격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지난달 13일부터 말일까지 축산물 매출은 평소보다 평균 10~20% 떨어졌다. 이마트의 경우 이 기간 소고기 매출이 16%, 돼지고기가 9% 줄었다(4월 8~26일 대비). 롯데마트 역시 이 기간 한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줄었고, 홈플러스는 축산부문 매출만 20% 이상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5, 6월은 날씨가 풀리면서 고기가 많이 팔리는 시기”라며 “그런데 이 기간 축산 매출이 대부분 10~20% 줄었으니 마트에는 재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후 ‘비싸서 자주 못 먹던 고기 좀 사먹어보자’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이미 여러 차례의 조사에서 확인된 바 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달 28일 소비자 패널 88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4.6%가 돼지고기를, 34.4%가 한우 구매를 늘렸다고 답했다. 또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보다 0.3% 하락하는 동안 축산물은 7.2% 올랐다. 특히 돼지고기는 12.2%, 국산 소고기는 6.6% 올라 상승폭이 컸다.

이런 흐름 속에 지난 3일 한우 1등급 등심 소비자가격은 ㎏당 10만29원을 기록해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으로 10만원을 넘어섰다. 삼겹살 소비자가격도 지난달 27일 ㎏당 2만3864원으로 2017년 7월 26일(2만4267원)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비쌌다. 쏟아지는 수요 속에 고깃값은 ‘역대 최고 가격’을 찍고 있지만 대형마트에선 오히려 축산 매출이 줄자 ‘반값 할인’ 등 통 큰 할인을 내놓으며 반등 노리기에 나선 것이다.

이마트는 10일까지 약 70t 물량의 한우를 준비해 한우 전 품목을 최대 40%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돼지고기 삼겹살·목심 등도 2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홈플러스 역시 10일까지 전국 오프라인 점포와 온라인몰에서 ‘삼시육끼’ 기획전을 열고 한우를 비롯한 주요 축산물을 조건에 따라 최대 40% 할인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나흘간 ‘한우 1등급·1+등급 등심(100g)’을 기존 판매가에서 최대 50% 할인된 금액에 선보였다.

이외에도 각 대형마트들은 고기에 곁들여 먹기 좋은 과일이나 주류 관련 할인 행사도 함께 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매출이 급격히 빠지자 대형마트들이 사활을 걸고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