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를 겪은 유가족과 소송대리인들은 입을 모아 유가족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수사가 빠르게 진행돼야 기나긴 법적 분쟁에 미리 대비하고 소송에 소요되는 시간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천 화재 참사 유가족들은 수사기관에 ‘현장조사참관권’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수사 결과 발표가 지연됨에 따라 본인들이 현장에 직접 나가서 진상조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천 참사 유가족 소송대리인인 김용준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유가족뿐만 아니라 생존자들 가운데는 관련 업계 전문가들도 있어 좀 더 객관적인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현장 조사에 참여시켜달라고 수사기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제천 스포츠 센터 화재 참사 때는 유가족들이 현장 조사에 함께 나서 수사에 일조한 바 있다. 유가족 측 소송대리인을 맡았던 홍지백(법무법인 나눔) 변호사는 “제천 참사 때는 정부 합동조사팀이 나가는 현장 조사에 유가족도 참관할 수 있도록 했다”며 “유가족들이 조사 진행 과정을 상세히 보고 관련 제보 영상도 조사팀에 적극적으로 제출해 수사에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소방헬기가 일으킨 바람이 건물 화재를 더 키웠다는 사실도 현장에 나갔던 유가족들의 조사 덕분에 밝혀졌다.
수사 정보가 유가족에게 보다 투명하게 공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유가족과 사고업체 간 정보비대칭 문제가 상존했다는 것이다. 박사영 노무사는 “업체는 영업비밀 보호를 명목으로 화재 현장의 안전조치사항 등을 숨기는 데만 주력한다”며 “수사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유가족이 공개적으로 수사 정보를 요청하거나 수사기관 입장에서 아예 비공식 브리핑을 정례화하는 제도가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와 여론의 사회적 공감대와 지속적인 관심도 유가족에겐 절실한 무기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국가나 회사를 상대로 하는 소송에선 유가족만으로는 제대로 싸울 수 없다”며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국민이) 계속 관심을 둬야 수사기관도 긴장하고 더욱 공정한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도 “관심이 떠난 자리엔 유가족이 ‘커다란 배상을 바라며 떼쓴다’는 식의 악플만 남는다”며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참사는 매번 소외되거나 잊히는 노동현장의 현실을 보여줘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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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