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를 겨냥해 연일 격렬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데 이어 대남 담당 부서인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를 언급하는 등 비난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는 형국이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등 한반도 안보시계를 2018년 이전의 냉각기로 돌리려는 강경한 어조 역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연이은 북한의 대남 비난은 북측이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많은 양보를 했는데 문재인정부가 미국 눈치만 보느라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쪽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대외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7일 “남조선 집권자(문 대통령)가 북남 합의 이후 제일 많이 입에 올린 타령을 꼽으라고 하면 ‘선순환 관계’ 타령일 것”이라며 “‘선순환 관계’ 타령을 읊조리며 허구한 세월을 무료하게 보냈으니 그 타령이야말로 달나라에서나 통할 ‘달나라 타령’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지난 5일 대변인 담화에서 “할 일도 없이 앉아 있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노동신문은 6일 “버러지 같은 자들이 천하의 불망종 짓을 저질렀는데, 남조선 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우리 정부 탓을 했다.
정부는 김 제1부부장 담화 직후 대북전단 법적 규제 추진 등 북한 달래기에 나섰지만 효과는 없는 상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최고지도부가 대북전단이라는 단일 사안을 넘어 남북 관계 전반의 ‘총결산’을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측 속내에 대해 “남측에 돌파구를 마련할 조건을 만들어줬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이는 지난해 ‘하노이 노딜’ 이후 물밑에서 일관되게 해오던 말이었다. 이 입장을 공식화함으로써 우리 측에 남북 관계에서 대담한 돌파력을 발휘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북한의 격렬한 반응을 예상치 못한 듯 침묵을 지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관련 입장은 통일부에서 정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들도 말을 아꼈다. 통일부는 “정부의 기본 입장은 판문점선언을 비롯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준수하고 이행해 나간다는 것”이라고만 밝혔다. 통일부는 김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비난,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엄포 등과 관련해서는 논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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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임성수 기자 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