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독미군 9500명 감축 지시

입력 2020-06-08 04:10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독일에 주둔한 미군 9500명을 오는 9월까지 감축할 것을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을 감축하는 것은 대형 지각변동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외교정책의 급진적인 일탈이라고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한국 등 동맹국들의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서명한 각서(memorandum)를 통해 주독미군 감축 지시를 내렸다고 WSJ는 전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이번 작업을 이미 수개월 동안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에서 미군 9500명을 감축하면 독일 주둔 미군 규모는 현재 3만4500명에서 2만5000명으로 줄어든다. 주독미군은 2만8500여명인 주한미군보다 규모가 축소된다. 감축된 병력 중 일부는 폴란드와 다른 동맹국에 재배치될 예정이며, 일부는 미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에서 미군을 실제로 뺄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방위비 지출 규모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미국과 독일 관계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독일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통보받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일 정치권에서는 “동맹국을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러시아와 중국만 이롭게 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 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앤드루 와이스는 주독미군 감축은 “러시아를 위한 큰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주독미군 감축이 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WSJ는 미국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방위비 분담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을 걱정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일부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심지어 주한미군 감축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상황은 주독미군과는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 북한이라는 현존하는 위협이 있는 데다 한국은 방위비 지출에 독일보다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 국방수권법(NDAA)은 주한미군의 규모를 현행 2만8500명보다 줄이는 데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밀어붙일 경우 미 국방수권법이 이를 막을 수 있는 완벽한 자물쇠라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