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혁신성장을 위해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한 걸음 모델’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걸음 모델이란 ‘타다’ 사례처럼 신·구 서비스 이해관계자의 대립이 첨예할 경우 정부가 조정자로 나서는 모델을 말한다. 중재를 통해 상생하는 사례를 만들겠다는 취지지만 정부 방안대로라면 성공사례를 만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게 문제다. 신사업 분야 창업 기업들은 정부 중재를 기다리다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4일 혁신성장전략회의를 통해 발표한 한 걸음 모델의 첫 숙제는 서비스업이다. 규제·이해관계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와 기존 서비스 간 충돌이 첨예한 3가지 사업을 꼽았다. 도심 내에서도 내국인 공유숙박을 허용하는 일과 농어촌 빈집을 활용한 공유숙박 허가, 환경규제로 막힌 산림관광 허용 과제가 한 걸음 모델 우선적용 대상에 올랐다.
문제 해결 방법으로는 10단계 절차를 제시했다. 일단 문제점을 찾은 뒤 설문조사 등 국민참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3~9단계에서는 신·구 서비스 이해관계자들이 이익을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시범사업을 하는 절차를 거친다. 필요할 경우 마지막 단계로 재정 지원을 하는 방법도 덧붙였다.
청사진만 본다면 흠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신·구 서비스의 충돌을 풀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을 대입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10단계라는 절차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점은 신사업을 시도하는 이들에게는 지나치게 큰 ‘불확실성’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연내 성공사례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비판이 나온다. 창업 기업들의 경우 자금력 면에서 취약하다. 일반적으로 벤처기업들은 아이디어·기술을 무기로 투자를 받는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엔젤 투자’를 받거나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사업자 대출을 받아 사업을 시작한다. 첫 삽에 큰 금액을 투자받을 수 없다 보니 규제·이해관계 충돌로 사업이 정체되는 순간 ‘폐업’을 염두에 두게 된다.
설령 정부가 문제를 풀어낸다 해도 예기치 못한 변수가 튀어나올 수 있다. 타다의 경우 검찰 수사까지 넘어섰지만 국회에서 ‘타다금지법’을 통과시키면서 기존 사업 모델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됐다. 1년여간 사업을 해오다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로 현재 영업을 못 하고 있는 벤처기업 A사 대표는 “변수가 너무 많은 상황에서 벤처기업들이 무슨 수로 ‘한 걸음’ 나갈 때까지 버틸 수 있겠나 싶다”고 꼬집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