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무리한 보도 자제해 달라”

입력 2020-06-08 04:0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입장 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이 7일 ‘대언론 호소문’을 발표하고 ‘삼성은 위기’라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밝혔다. 그룹 총수 역할을 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또다시 구속 기로에 선 가운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일부 보도를 적극 해명하면서 삼성의 위기를 호소한 것이다.

삼성은 먼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법원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등의 사법적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면서 사법 절차 등에서 쟁점이 될 몇 가지 사안에 대해 해명했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역시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됐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사를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보도 역시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경제 위기를 강조하며 협조를 당부했다.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화되고 있다”며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삼성은 초긴장 상태다. 여러 대외 악재가 겹친 가운데 이 부회장 부재 시 주요 경영 사안에 관한 결정과 대응이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이 부회장은 추가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현장 경영 행보를 하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에 더해 한·일 갈등이라는 돌발 변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절차 개시가 8월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한·일 갈등 심화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파급 효과를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등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선언’ 27주년을 맞는 날이었지만 기념행사는 없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