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진단키트, 마스크, 방호복 등 K의료기기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K방역의 주역으로 꼽히는 진단키트 수출이 잠시 주춤한 모양새지만 이는 개별 품질 인증과 중복 주문에 의한 통계 착시로 K의료기기에 대한 구애는 계속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로나19 치료제로 렘데시비르의 특례 수입을 허용하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치료제, 백신 개발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7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진단키트 수출액은 1025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4월 수출액 1772억원에서 42.4%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업계는 감소는 일시적인 것으로 통계 착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통계 착시 원인 중 하나는 개별 인증을 요구하는 국가의 증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3월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확산세가 강해 유럽 수출액의 비중이 높았다. 씨젠의 1분기 매출 중 62%는 유럽에서 발생했다. 당시 유럽 인증(CE)을 받은 제품의 경우 유럽이 아닌 국가에서도 쉽게 인증받을 수 있어 비유럽 국가로의 수출도 수월했다. 하지만 일부 중국산 진단키트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한 뒤 개별 인증을 요구하는 국가들이 등장했고 추가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면서 시차가 발생했다.
중복 주문으로 인해 수출액이 일부 과장된 측면도 있다. 주문 물량을 모두 받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한 일부가 여러 업체에 같은 주문을 넣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100개를 주문하면 50개를 받을까 말까 한 상황이었다”며 “이를 알고 2개 업체에 각 100개를 주문한 뒤 총 70~80개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수급 병목 현상이 해소된 지난달의 진단키트 수출액이 실수요에 가깝다는 것이다. 업계는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까지 지난달과 유사한 수준의 진단키트 수출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에서 수출용 허가를 받은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총 46개사의 72개 제품이다. 바이오세움, 바이오코아, 씨젠, 솔젠트, SD바이오센서, 코젠바이오텍의 제품은 국내에서 정부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그 외 제품은 수출용 허가를 받아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방호복과 마스크 수출액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방호복의 지난달 수출액 잠정치는 299억원으로 전월 대비 26.2% 늘었다. 마스크도 399억원 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하반기 1115억원을 치료제와 백신의 임상에 지원할 것을 약속하면서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도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다. 식약처가 승인한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은 총 12건이다. 이 중 지난 3월 2일 승인받은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렘데시비르 임상 3상에 관한 관심이 가장 뜨겁다. 렘데시비르 외에도 식약처가 임상을 승인한 약품은 클로로퀸, 칼레트라, 시클레소니드, 후탄, 페로딜정, 바리시티닙, 레보비르캡슐, EC-18, 피라맥스정 등이다.
최근 미국 이노비오의 후보물질 INO-4800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백신 임상 1상과 2상을 승인받으면서 국내에서 개발 중인 백신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로 SK바이오사이어스의 합성항원 백신과 제넥신 컨소시엄의 핵산 백신을 지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하반기 임상 개시를 목표로, 제넥신 컨소시엄은 내년 12월 생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