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U→V→W→V→?… 지표따라 춤추는 글로벌 경기 전망

입력 2020-06-08 04:03

‘V→U→V→W→V→?’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글로벌 경제를 강타한 이후 2개월여 동안 향후 경기전망이 급변하고 있다. 확진자 증감과 백신 조기개발 가능성 등 희비가 갈리는 뉴스가 터질 때마다 경기전망도 덩달아 춤을 춘다. 코로나19의 위력과 예측 불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다.

이번에는 미국 5월 고용지표의 서프라이즈 호조 소식이 W(재침체) 우려에서 V자 반등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노동부 공식발표 전 전문가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5월 비농업 일자리가 750만개 감소(4월은 2050만개 감소)하고 실업률이 14.7%에서 19.5%로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노동부는 오히려 일자리가 250만개 늘어나고 실업률은 13.3%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대반전이다. 이런 추세라면 미국의 올 전체 실업률이 10%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잰 해지어스는 CNBC에 “우리는 725만개의 일자리 감소를 예상했었다”면서 올 전체 실업률 15% 예상치가 맞는 것인지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토로했다.

고용지표 호조는 미국 경제봉쇄가 지난달부터 단계별로 해제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봉쇄 타격 업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었다. 레저·접객이 120만개, 음식업 및 주점 140만개, 건설 46만4000개, 교육 및 헬스서비스 42만4000개, 소매 35만8000개, 제조업 22만5000개 등으로 나타났다.

예상 밖 소식에 뉴욕과 유럽 증시가 급등하고 경기침체가 2개월 만에 끝나는 것 아니냐는 V자 반등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톰 포셀리 RBC캐피털마켓 수석이코노미스트는 “5월 고용 데이터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6월 일자리가 1000만개 늘어날 수 있는 회복 경로에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V자보다도 훨씬 나은 로켓”이라며 흥분했다.

이처럼 V자 회복 기대가 거론되는 것은 고용지표에 담긴 경기 선순환 시그널 때문이다. 일자리 증가는 위축된 소비가 회복되고 있으며 이는 기업체의 생산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뜻한다. 서비스업 지수인 ISM 비제조업지수가 45.4로 3.6포인트 반등하고 제조업지수가 43.1로 1.6포인트 호전된 것도 코로나19로 잿더미처럼 가라앉은 수요의 불씨가 살아나 제조업에 문을 두드린다는 뜻이다.

하지만 몇가지 지표만 놓고 V자 반등을 확신하기엔 아직 섣부른 측면이 있다. 대표적인 경기소비재로 통하는 자동차의 주간 소매판매의 경우 전년비로 -7.5%에 머물고 있는 데다 전월 대비로 4월 마지막주 -12.6%에서 5월 마지막주 -1.4%로 감소세가 둔화된 상황이다.

씨티그룹이 측정하는 ESI(경기지표의 예상치와 실적을 비교하는 지수)의 경우 미국은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유럽은 아직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다.

미 노동부의 5월 실업률 13.3% 수치를 놓고도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노동부가 ‘일시적 실업자’로 분류했어야 하는 노동자 중 일부를 ‘다른 이유에 따른 결근’이라는 항목으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실업률은 약 3% 포인트 더 높았을 것이라고 특별주석을 달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먼저 진정돼 세계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 경기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IBK투자증권의 안소은 연구원은 “코로나 확진자 감소와 봉쇄 해제로 지난 3월 급반등했던 중국의 구매자관리지수(PMI)가 4월 50.8에서 5월 50.6으로 위축되는 등 2개월 연속 정체돼 있는 것은 급격한 반등 이후 정체기를 확인할 수 있다”면서 경기지표와 기업 이익 추정치는 경제활동이 재개된 만큼 계속 반등하겠지만 그 강도와 기울기는 악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