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서 아들 낳고 일도 척척… 한국선 그저 꿈 [이슈&탐사]

입력 2020-06-08 04:02 수정 2020-06-08 04:02
인도 태생 시청각장애인인 아닌디야 바핀 바타차리야(50)씨가 아들과 카드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 바핀씨는 인도 콜카타에서 30㎞ 떨어진 시골 마을에서 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나 9살 때 사고로 망막이 완전히 손상돼 양쪽 시력을 잃었다. 하지만 그의 부모가 아들을 헬렌 켈러와 설리번이 몸담았던 미국 데프블라인드 교육 기관인 미국 퍼킨스 맹학교에 보내면서, 현재 직장에서 일하며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 바핀 제공

미국에서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님의 이야기는 한 차례로 끝나지 않았다. 감동적인 스토리는 교육 제도에 스며들어 그 뒤 여러 ‘헬렌 켈러’와 ‘설리번’을 낳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아닌디야 바핀 바타차리야(50)씨. 그는 인도 콜카타에서 30㎞ 떨어진 시골 마을에서 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났다. 9살 때 사고로 망막이 완전히 손상돼 양쪽 시력을 잃으면서 전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게 됐다. 26년 전 중입 검정고시에 합격했지만 지금은 자기의 세계에 갇힌 이관주(51)씨와 비슷한 상황이었다(국민일보 6월 3일자 1·4면 참고).

이씨와 달리 바타차리야씨는 현재 직장에서 일하며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 데프블라인드(Deaf-Blind) 지원 기관인 ‘국립 헬렌 켈러 센터’에서 다른 시청각장애인에게 의사소통을 위한 컴퓨터와 점자 기구 사용법을 가르친다.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11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다. 아내는 시각장애인 복지관 라이트하우스에서 데프블라인드 전문가로 일하는 최숙희 교사다.

시청각장애인 아닌디야 바핀 바타차리야(50)씨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작업하고 있다. 바핀 제공

바타차리야씨가 독립적인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본인의 노력, 부모의 헌신과 함께 미국의 특수교육이 있다. 그의 인도인 부모는 중복 장애가 생긴 아들을 미국 퍼킨스 맹학교에 보냈다. 헬렌 켈러와 설리번이 몸담았던 곳으로 최고의 데프블라인드 교육 기관 중 한 곳이다. 학비가 부족했지만 아버지는 학교에 편지를 보내 장학금을 받았다.

바타차리야씨에 따르면 퍼킨스 맹학교의 데프블라인드 프로그램에서는 교실마다 교사 1명과 학습도우미 여러 명 그리고 학습 능력이 다른 시청각장애 학생 4~5명이 배치됐다. 교사가 각 학생의 수준에 맞게 특정 과목을 가르치는 동안 학습도우미들이 학생들을 도왔다. 학교는 독립적인 생활을 위한 에티켓도 가르쳤다. 바타차리야씨는 맹학교와 사립 고교 졸업 이후 대학(아칸소대 리틀록 캠퍼스)에 진학했다. 지금은 자신의 홈페이지도 운영한다. 그는 “교육은 내가 성취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가능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슈&탐사2팀 권기석·김유나·권중혁·방극렬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