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발 경기침체 심화로 인한 저유가 상황이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장기적 물가 하락) 압력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은행 국제종합팀은 7일 공개한 ‘저유가 지속 가능성 및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산유국이 재정 및 경상수지 악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해외투자자금을 회수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한 시기에는 이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 산유국이 굴리는 해외투자자금은 5조 달러(6045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산유국들은 저유가가 지속되면 재정 부족으로 해외투자자금을 거둬들일 가능성이 높다.
JP모건은 올해 상반기 국부펀드의 현금화 규모를 최대 2250억 달러로 예상했다. 2018년 말 기준 전 세계 주식·채권 시가총액이 177조5000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산유국의 해외투자자금 회수 자체가 큰 충격 요인은 아니다. 문제는 자금 회수 시점이 대체로 세계경기 부진 시기라는 점이다.
저유가는 세계적 저인플레이션 추세, 전례 없는 경기침체 등과 맞물리며 주요국 물가 하방압력을 높일 우려도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국 소비자물가는 더 내렸고, 석유류 등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도 대부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국제유가 변동에 직접 영향을 받는 생산자물가도 대부분 국가에서 크게 하락했다. 지난 4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미국 -1.3%, 유로지역 -2.0%, 일본 -1.5%로 모두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다.
경기나 고용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저유가 상태가 장기화하면 일반인의 예상 물가인 기대인플레이션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은 현재 소비 감소를 통한 경기침체 및 투자 감소로 이어지면서 디플레를 자극하게 된다. 국제종합팀은 “지난달 이후 국제유가는 수급 불균형이 완화되면서 다소 회복되는 모습”이라면서도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 산유국 간 이해상충, 재고 누적 등으로 금년 중에는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