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때 외할머니 장례식을 본 후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싹텄다. 모태신앙으로 성인이 될 때까지 열심히 교회에 다녔지만 신앙과 죽음의 문제는 별개였고 하나님과 예수님, 천국과 지옥, 성경과 목사님의 말씀까지 모두 설화처럼 느껴졌다. 예배 중에도 죽음에 대한 생각은 늘 나를 괴롭혔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회의가 들었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며 술에 취해 모든 것을 잊었다. 주위 사람들은 술 마시고 세상을 즐기며 교회에 다니는 내 모습에 황당해하기도 했다.
어느 날 아버지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중환자실에 있던 아버지의 입원준비를 위해 가족들이 집에 가고 나 혼자 있을 때 아버지는 결국 숨을 거두었다. 그때부터 멀게만 느껴졌던 죽음의 공포가 엄습하며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어쩌다 잠이 들어도 늘 끔찍한 악몽에 시달렸다. 해결되지 않는 죽음의 문제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동료언니에게서 자신이 예수님을 믿게 된 이야기와 예수님의 부활이 믿음의 증거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그 말씀이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너무나 다르게 들려 언니를 따라 한마음교회에 갔다. 마침 목사님께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어야 구원이 있다’고 선포하셨다. ‘주인이 돼 주신다는 것이 대체 뭐지’ ‘부활이 사실인가? 부활을 어떻게 믿을 수 있지?’ 즉시 도서관에 가서 부활의 증거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부활은 역사적 사실이었다. 그렇게 확실한 증거를 찾았는데도 부활은 내게 실제가 되지 않았다.
간절히 무릎 꿇고 매달릴 때 부활이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 것’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아! 예수님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셨구나. 그래서 이분이 하나님의 아들이구나. 그래서 부활을 보고 믿는 것이구나.’ 그리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기도한 예수님은 놀랍게도 나와 100% 동일한 사람임을 알게 됐다. 그 예수님이 죽으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신 것이다. ‘그럼, 나도 예수님처럼 부활할 수 있구나!’ 너무 큰 충격이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보이신 그곳에 나도 함께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바로 예수님을 믿지 않았던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했다. 그 순간 죽음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며 부활을 직접 본 제자들처럼 나도 부활의 증인이 된 기쁨이 온몸을 감쌌다.
조교로 근무하던 어느 날 어느 학생이 신우회를 만들고 싶다고 찾아왔다. 나는 그 학생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했고 학생은 바로 부활의 복음을 받았다. 자신의 믿음에 확신이 없어 고민하던 동료 선생님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함께 예배를 드렸다. ‘난 내 주먹을 믿지!’ 하던 어머니도 성령께서 역사하셔서 부활의 복음을 받고 예수님을 만난 후 바로 제사를 끊고 아버지 첫 기일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예배를 드리는 감격의 순간을 맞았다.
예수님이 주인이 되니 이 땅에서의 삶은 잠시 머물다가는 나그네의 삶이라는 것이 선명해졌다. 예수님 한분이면 충분하다는 마음 중심의 고백이 날마다 나왔다. 나의 구원과 나의 행복이 전부였던 나의 모든 가치관을 바꿔주시고 나의 시선을 오직 하늘로 향하게 해주셨다. 나밖에 모르던 자를 부르셔서 회개할 기회를 주시고 아버지의 사랑을 넘치도록 부어주심에 감사드린다.
이정은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