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반쪽 출발’… 野 퇴장 與 개원 강행

입력 2020-06-06 04:00
박병석 국회의장이 5일 본회의장에서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해 빈 의석들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의원 193명이 참여한 의장 선거에서 박 의장은 191표를 얻어 선출됐다. 권현구 기자

21대 국회의 첫 본회의가 끝내 ‘반쪽짜리’에 그쳤다.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채 진행된 국회의장 선거에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출됐고, 여당 몫 부의장에 김상희 의원이 당선됐다. 역대 최악인 20대 국회와 달라지겠다고 여야가 앞 다퉈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국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우지 못했다. 여야 합의없이 국회가 개원한 건 1967년 제7대 이후 53년 만이다. 21대 국회도 슈퍼 여당의 독주와 소수 야당의 발목잡기를 반복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법에 따라 첫 임시회를 5일 열자고 주장해온 민주당은 최고령인 김진표 의원의 사회로 본회의를 개의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곧바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여야 간 의사일정 합의가 없었기에 본회의를 여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개원 첫날 여야 합의로 의장단 선출과 원 구성을 하길 바랐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개원해 참담하다”고 발언한 뒤 통합당 의원들과 함께 본회의장을 떠났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뒤이은 의사진행발언에서 “교섭단체 간 합의가 없으면 국회를 열 수 없다는 주장은 반헌법적”이라며 “통합당의 퇴장은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잘못된 관습”이라고 반박했다.

통합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의장단 선거도 반쪽 투표로 진행됐다. 민주당 의원들이 추대한 대로 의장에 박 의원이, 부의장에 김 의원이 선출됐지만 통합당 몫의 부의장인 정진석 의원에 대해서는 선거가 진행되지 않았다. 박 의장은 취임 소감에서 여당을 향해 “압도적 다수를 만들어준 진정한 민의가 무엇인지 숙고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을 향해 “당의 입장보다 국익이 우선한다는 신념을 실천할 때 국민이 박수를 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날 오후 원 구성 협상에서 진척을 보지 못하는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회동했다. 박 의장은 “충분히 협상해 국민 뜻에 부합하는 합의를 해오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의장이 결단하겠다. 두 당이 무엇을 양보할 수 있는지 고민해 달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상임위원장 선거 하루 전인 7일 여야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를 모두 만나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그간 수차례 만났지만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야당 법사위원장’이 177석 여당을 견제할 유일한 방편이라 생각하는 통합당은 법사위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야당이 휘둘러온 법사위 월권 관행을 반드시 끊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 치의 양보 없는 싸움을 이어가면서 21대 국회 내내 협치와 일하는 국회가 요원해지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도 제1야당을 배제한 채 국회를 이끌어가기엔 부담이 크고, 야당도 ‘발목잡기’만 하진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막판 합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박 의장은 이날 차관급인 의장 비서실장에 복기왕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임명했다. 공보수석비서관인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유임됐다.

심희정 김나래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