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하늘이 두쪽 나도 오늘 개원”… 야당 “등원 거부 불사”

입력 2020-06-05 04:02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상 21대 국회의장단 선출 시한(5일)에 맞춰 여당 단독 국회 개원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단독 개원에 따라 불거질 ‘오만한 여당’ 비판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등원 거부 의사까지 밝히며 강경하게 맞섰다.

김태년(맨 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며 “내일 하늘이 두 쪽 나도 반드시 본회의를 열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내일 본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은 국회의 근본을 바꾸라고 명령하고 있다”며 미래통합당을 향해 “조건 없이 내일 본회의에 참석하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여야는 국회 원 구성 협상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개원 전날까지 대치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법제사법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자리를 넘기고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수용할 경우 나머지 원 구성 협상에는 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통합당이 법사위 관련 요구를 너무 높게 해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며 “법사위·예결위와 관련해서는 여당이 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국정운영의) 책임을 지게 해달라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가 어렵다면 국회의장 직속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자고 제안해둔 상태다. 그러나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법안을 최종적으로 통과시키는 데 대한 책임은 의원에게 있다”며 반대했다.

김 원내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이날 저녁에 만나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여야 원내대표단은 내일 아침 개원 전까지 (협상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단독 개원에 이어 상임위까지 싹쓸이할 경우 ‘거만하고 독선적인 거대 여당’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여야 협상이 파행되는 것도 부담스러운 요소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같은 정치적 부담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역풍은 각오해야 한다’ ‘지금 야당을 생각해줄 때냐’는 분위기가 당의 대세”라고 전했다.

주호영(왼쪽)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등이 국회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사’회적 문제와 ‘이’슈를 ‘다’함께 해결하겠다는 의미로 사이다를 마시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통합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등원 거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많은 의원이 등원 거부를 주장하는 등 의총은 격앙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는 야당이 존재하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며 “성급한 마음이 들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끝까지 협상을 하면서 저항을 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 개원사를 보면 무려 43년 전(1967년 7월)에 한 차례 단독 개원이 있었다”며 “의장이 없는 상황으로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있을 때만 본회의를 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당이 임기 개시 후 1주일이 되는 날 국회의장을 선출한다는 국회법을 내세우는 데 대해 “강행규정이 아니라 훈시규정”이라고 반박했다.

통합당이 등원 거부 쪽으로 기운 것은 원 구성 협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함이다. 여당에 끌려가게 된다면 상임위원장 강제 배정 사태까지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은 5일 본회의 개의 전 의총을 열고 최종 대응을 결정키로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민주당을 향해 “지금 상대는 굶고 있는데 자신은 양손에 떡을 들고 입으로 하나 더 물려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현우 김용현 이상헌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