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4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삼성은 참담한 분위기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지 이틀 만에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로 맞대응하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수사는 1년8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명에 대한 430여 차례 소환 조사 등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됐다.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경영 위기 상황에서도 검찰의 수사를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해 왔다”며 검찰의 장기간 전방위 수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수사가 사실상 종결된 시점에 검찰이 구성한 범죄 혐의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국민의 시각’에서 수사의 계속 여부 및 기소 여부를 심의해 달라”고 했는데 거부당했다며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변호인단은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검찰의 즉각적인 구속영장 청구는 선진 검찰개혁 제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태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사심의위 절차를 통해 사건 관계인의 억울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주고, 위원들의 충분한 검토와 그 결정에 따라 처분했더라면 국민들도 검찰의 결정을 더 신뢰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여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삼성의 미래는 다시 ‘시계 제로’ 상황에 들어갈 수 있다. 사실상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우면 코로나19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 위기에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인식에 삼성 관계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동안 글로벌 경영이 차질을 빚는 등 피해가 상당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과거 잘못과 단절하는 ‘뉴삼성’을 선언했다. 그는 관련 수사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도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발표하고 중국 시안 공장 등을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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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