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 측이 “기소 여부 의견을 외부 전문가에게 묻겠다”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지 이틀 만이다. 이 부회장은 출소한 지 2년4개월 만에 다시 구속의 기로에 놓였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4일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에게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가 적용됐다. 김 전 사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해 ‘합병은 이 부회장 승계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위증을 한 혐의도 받는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일 대검찰청에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올렸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를 최종 재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객관적 판단을 받아보려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심의위 결정에 따라 처분했다면 국민들도 검찰을 더 신뢰했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측 요청이 있기 전에 이미 영장 청구 방침이 결정됐고 대검 보고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심의위 의견이 나올 경우 종합적으로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경영권 승계의 최종 수혜자로 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앞서 2015년 5월 합병 결의를 발표했는데 이후 삼성물산 주주 등에서 ‘합병 비율이 제일모직 대주주인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고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도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했는데 장부에 4조5000억원의 이익이 반영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평가되면 이 부회장이 유리해지는 구도였다.
검찰은 지난해 5월과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김태한(63)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후 좀처럼 구속 수사에 나서지 못했던 검찰은 지난주 두 차례 이 부회장을 불러 조사했고 이날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은 두 차례 검찰 조사에서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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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원 기자 naa@kmib.co.kr